오리온의 히트 스낵 '꼬북칩'이 국내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출이 역신장하며 판매량이 전성기 시절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먹던 것만 먹는다'는 제과 시장의 법칙이 또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외 시장에서는 수출 전용 플레이버 등을 앞세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영광의 시기는 언제였나요
꼬북칩은 오리온이 지난 2017년 출시한 신제품 스낵이다. 일반적인 2겹 스낵이 아닌 4겹 구조를 통해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외부 활동이 제한되며 스낵류 판매가 늘어난 코로나19 시기에 매출이 급증했다. 2021년엔 신제품 '초코츄러스맛'을 출시하며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출시 첫 해 190억원으로 시작한 꼬북칩은 이듬해 매출 500억원을 돌파, 단숨에 인기 과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초코츄러스맛을 내놨던 2021년엔 586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 해 꼬북칩보다 많이 팔린 과자는 빼빼로와 새우깡, 포카칩, 홈런볼, 꼬깔콘, 초코파이 등 6개에 불과했다. 2010년대 출시된 제과 제품이 매출 톱10 안에 들어온 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이후 처음이었다.
영광의 시기는 짧았다.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며 전반적으로 제과 시장이 위축됐다. 그 중에도 지지기반이 비교적 탄탄하지 못한 꼬북칩이 큰 타격을 받았다. 2022년 431억원, 2023년 390억원으로 매출이 줄었고 지난해엔 28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빙과·라면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가장 보수적인 제과 시장은 신제품이 롱런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입소문을 타면 매출이 확 늘었다가도 잠잠해지면 다시 기존 제품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10개 제과 제품 중 2000년대 이후 출시된 제품은 하나도 없다.
1999년 국내에 출시된 프링글스가 가장 최근에 출시된 제품이며(미국 출시는 1968년) 이밖에는 1980년대 제품이 4개(빼빼로·홈런볼·꼬깔콘·포카칩), 1970년대 제품이 5개(새우깡·초코파이·오징어땅콩·에이스·맛동산)로 대부분 40~50살을 넘겼다.
그래도 길은 있다
오리온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저출산·불황 등으로 성장이 어려운 국내 시장 대신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마침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불어닥치며 순풍도 탔다.
미국에서는 코스트코와 파이브빌로우, 미니소 등 2000여 개 매장에 입점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7월엔 K치킨 열풍에 힘입어 '양념치킨맛'을 선보였고 플레이밍 라임맛·김맛 등 수출 전용 제품도 내놨다. 오리온은 현재 미국에서만 10개 플레이버를 운영 중이다. 이 중 절반이 해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 지난해 꼬북칩 미국 수출액은 2017년 대비 230배 넘게 성장했다.
유럽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영국과 스웨덴, 아이슬란드의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입점했다. 지난 9월부터는 프랑스 까르푸 1200개 전 매장에서 꼬북칩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요리 매거진인 '올레시피스(Allrecipes)'에 K스낵의 대표 주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리온은 현재 20여 개국에 꼬북칩을 수출하고 있다. 또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 공장에서 직접 꼬북칩을 생산해 내수 시장에 판매 중이다. 곧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과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까지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꼬북칩의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매출도 반등했다. 오리온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꼬북칩 수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국내 매출 증가율(18%)를 크게 웃돈다. 국내에서의 수요 감소를 해외에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매출만으로 브랜드의 성패를 논하기엔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이 너무 커졌다"며 "해외에서의 성과가 국내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