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기업 SK스토아를 인수한다. 40~50대를 겨냥한 커머스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SK스토아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승인 절차가 필요해 인수 완료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4050 커머스로
라포랩스는 SK텔레콤과 지난 24일 SK스토아 및 미디어S(채널S 운영사)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라포랩스는 '퀸잇'과 식품 커머스 '팔도감'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 설립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07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571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시리즈A, 2022년 시리즈B, 2023년 시리즈B2 라운드 투자를 통해 누적 85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양사의 고객층이 4050으로 겹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라포랩스는 퀸잇과 팔도감을 통해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고, SK스토아는 까다로운 상품 검증 시스템과 축적된 MD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이 결합되면 트렌드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중소 셀러 상품을 발굴해 보다 넓은 고객층에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포랩스는 SK스토아를 별도 법인으로 두고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홈쇼핑과 모바일 커머스는 사업 구조가 다른 만큼 독립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중소 셀러 판로 확대, 마케팅·콘텐츠 역량 공유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단계적 협업을 추진키로 했다.
라포랩스는 이번 인수를 위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650억원과 벤처캐피털(VC) 투자자의 신규 투자 700억원 이상을 기반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VC 투자 유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추진 중이며 투자 확약 540억원이 포함돼 있다. 라포랩스는 인수 이후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 투자 및 금융 조달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발하는 노조
그러나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를 마무리하는 절차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SK스토아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적자 기업인 라포랩스가 무리하게 SK스토아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라포랩스는 매출액이 SK스토아의 5분의 1에 불과한데다 설립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라포랩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197억원에서 지난해 74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반면 SK스토아는 지난해 매출 3023억원에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라포랩스의 재무 구조가 더욱 악화돼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조는 지난 22일 법무법인 덕수 정민영 변호사를 법률 자문 및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추후 진행될 방미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노조는 내년 초부터 대정부 시위, 총파업 집회 등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 구조조정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재무 여력이 부족한 기업이 대형 인수를 단행할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라포랩스는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오히려 사업 확장과 중장기 성장 전략에 따라 필요한 영역에서는 추가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며 "인수 이후에는 회사의 성과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 등 중장기 보상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맹석 SK스토아 대표 역시 지난 24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 및 처우 승계 등 홈쇼핑업의 전문성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승인까지
방미통위가 SK스토아 대주주 변경을 승인할지도 이번 인수의 중요한 변수다. SK스토아는 방미통위로부터 데이터홈쇼핑 사업권을 부여받은 방송사업자다. 방송사업자의 대주주가 바뀔 경우 계약 체결 후 한 달 안에 방미통위에 변경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신청을 받은 뒤 60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SK스토아 대주주 변경 승인 결과는 이르면 내년 2~3월께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방미통위가 재무 여력이 부족한 라포랩스를 대주주로 승인할지 여부다. 데이터홈쇼핑은 중소기업의 판로 역할과 같은 공적 성격을 띠고 있어 대주주의 재무 건전성이 중요하다. 대주주의 경영 불안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를 완료하더라도 내년 4월 예정된 데이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 심사가 남아있다. 데이터홈쇼핑 채널은 5년 주기로 수수료율, 공적 투자, 사업 이행 실적 등을 평가 받는 재승인 절차를 거친다.
SK스토아의 재승인 심사 기한은 내년 4월이다.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가 바뀌는 만큼 새 대주주의 경영 안정성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 정부가 중소기업 판로 개척 차원에서 데이터홈쇼핑 추가 승인을 검토하는 등 홈쇼핑 확대에 적극적인 만큼 재승인 자체가 불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방미통위가 라포랩스의 재무 구조와 경영 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노조의 법적 대응까지 겹치면서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