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7일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외부 감사인 의존 현황을 점검한 결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LIG손보, 한국투자증권, 수협 등 6개 회사에서 결산 담당 회계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이 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산 재무제표는 원칙적으로 해당 법인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에 제출하고, 회계법인이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외부 감사인이 결산 재무제표 작성을 대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다.
결국, 이처럼 대형 금융회사들이 결산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에 의뢰했다거나 회계전문인력이 없이 결산을 스스로 했다면 큰 문제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회사들은 소위 재벌 기업의 금융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를 보면 18개 국내 은행과 10대 대형 증권사•보험사의 회계 전문 인력(3년 이상 경력 공인회계사)은 평균 1~2명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은 평균 3.3명, 특수은행 2.4명, 지방은행 1.3명, 10대 증권사 2.5명, 10대 보험사 1.3명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수십조 이상인 대형 금융사에 결산 담당 회계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직접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지만, 회계 전문인력 등 회계 인프라가 약해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 감사인에 의존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면 회계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회계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고 회계 투명성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현재 은행•보험사의 동일 외부 감사인 감사 계약 기간은 평균 7년에 달해 공정한 회계 감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외부감사인과의 유착 관계를 차단해 공정한 회계 감사가 이뤄지도록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금융회사가 외부 감사인과 장기 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계감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없는지 감사위원회가 자체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나아가 금융회사가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할 경우에도 이메일이나 USB 대신 문서로 하도록 해 제출 내용을 기록•유지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