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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영화=오너 교보생명 인정의 문제다②

  • 2014.03.28(금) 17:16

최대 입찰 물량•컨소시엄 규정 등 문제 여전
정부의 구체적인 매각 룰 미팅 결과 나와야
교보 존재 인정 여부 따라 흥행도 직결될 듯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는 오너 금융전업가의 은행 첫 진출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많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을 파는 룰인 민영화 방안은 그래서 많은 이슈를 안고 있다. 정부의 의중을 고려한 금융연구원의 우리은행의 민영화 방안에서 일괄매각 방식을 배제한 이유를 추정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로서는 ‘오너 기업의 은행 지배 첫 인정’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위 뒷감당을 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것이 공무원의 일 처리 방식이다. 보통 공무원들은 이를 ‘부작용이 많아서 선택하기 어렵다’고 표현할 뿐이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방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일까?


Q :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면 교보생명의 1대 주주를 막을 수 있나?

교보생명의 선택에 달려 있다. 1대 주주를 차지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 상황을 보자.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목적인 우리금융지분 매각의 가장 최근 사례는 2010년 4월 제4차 블록세일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교보생명은 우리금융 지분 얼마를 보유하든 4%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금융기관(교보생명)이 금융지주회사(우리금융지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 법 때문이다.

이때까지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파는 것이어서 금융지주회사법의 규제가 있었다. 지금은 은행의 지분을 팔고 사는 것이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금융기관(교보생명)이 은행(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것은 은행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은행법상 동일인이 10% 이상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10%, 25%, 33%를 초과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승인은 소위 말하는 지배주주 적격성 심사다. 교보생명이 은행을 지배할 자격이 있는가의 문제다. 다시 오너 금융전업가의 은행 지배 문제로 돌아온다.

◇ 최대 입찰 물량·컨소시엄 구성 핵심 쟁점

컨소시엄 구성의 문제도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법적 투자 한도를 고려하면 약 10% 정도의 우리은행 지분을 사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다. 지배력을 위한 지분율을 최소한 30~33% 정도로 보면, 20~25% 정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교보생명 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기서 이슈는 최소 및 최대 입찰 물량 규제(Ceiling)다. 금융연구원은 입찰 참가자 수가 50인이 넘으면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 이슈가 생겨 효율적인 입찰 진행을 위해선 1% 또는 0.5%로 최소 입찰 물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크게 이견이 없다. 소액주주 운동을 하는 김상조 교수는 지난 26일 토론회에서 최소 입찰 물량을 가능한 낮출 것을 주문했다.

문제는 최대 입찰 물량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법상 소유규제를 근거로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한 ‘동일인의 경우 10%, 비금융주력자(삼성 등)의 경우 4% 초과 보유’를 최대한도로 제안했다. 여기서 다시 동일인 문제가 불거진다. 동일인은 1인이 아니라 약정을 맺은 컨소시엄을 포함한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10% 이상을 살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혼자서도 10% 정도를 살 수 있는데,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10% 이상 살 수 없다면 교보생명 입장에선 의미가 없는 컨소시엄이다. 이 경우엔 지분 매각의 흥행 여부와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재무적 투자자는 앞으로 경영을 잘해서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한다. 지배적 경영자 즉, 전략적 투자자를 보면서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경우는 매각 때 시가보다 할인을 많이 받아서 단기 투자로도 이익이 될 경우 투자 판단을 한다.


◇ 정부와의 룰 미팅 기다리는 교보생명

지난 2003년 정부의 국민은행 지분 9.1%를 판 사례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 경우를 보면, 당시 고(故) 김정태 행장의 스타성과 전일 종가 대비 3.5% 할인율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성공했다. 나머지 파워콤(2000년), KT(2001년), 한전KPS(2010년) 사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정확히는 별도의 주주 간 약정을 맺지 않고 개별로 참여하는 경우다. 교보생명이 독자적으로 10%를 인수하고 나머지 약정을 맺지 않는 컨소시엄이 각각 인수에 참여해 총 30% 이상을 낙찰받은 후 별도의 약정을 맺거나 이들 컨소시엄이 교보생명을 전략적 투자자 즉,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위를 인정하면 어떻게 되느냐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정부는 엄밀히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으므로 용인하는 경우다. 나머지는 은행법상 소유 규제 승인 과정에서 오너 금융전업가의 은행 지배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다. 정부가 이를 용인하면 오너의 은행 지배 길을 열어준 것이고, 어떤 핑계를 대든 부적격 판정을 하면 막은 것이 된다.

이런 사항들은 앞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예금보험공사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룰이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 희망자들과의 룰 미팅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공 여부가 달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보생명 측은 “현재로선 별로 달라진 입장이 없다”며 “정부의 좀 더 구체안이 나와야 우리로서도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룰 미팅을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흥행과 교보생명 처리 문제가 교묘하게 엉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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