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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버티기? 동양 전철 밟는 동부그룹

  • 2014.04.07(월) 16:32

자구계획 발표 5개월 지났지만 성과는 지지부진
채권단, 김준기 회장 경영권·매각가격 집착 '비판'
'매각 지연→시장 신뢰 추락' 악순환에 빠질 수도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모범생에서 문제아로 전락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던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선제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호평과 함께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실제 구조조정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반기를 드는 듯한 기류도 감지된다. 그러면서 동부그룹이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동부는 여러모로 동양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 고강도 구조조정 한다더니 5개월째 지지부진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부그룹 고위 임원들을 불러 자구계획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에 미온적이라서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동부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을 비롯한 핵심 계열사들이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위기설에 시달려온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였다.

동부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해 2조 7000억 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도 약속했다.

동부그룹은 자구계획 발표와 함께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 5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매각이 성사된 계열사는 동부익스프레스뿐이다.

 


◇ 경영권과 매각 가격에 집착해 구조조정 지연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이 경영권과 매각 가격에 집착하면서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동부그룹은 최근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 직원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 동부제철과 건설 직원에겐 연봉의 20% 내에서 할당량도 책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두 회사의 경영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 방식에 대해서도 산업은행과 맞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패키지 매각을 요청했지만, 동부그룹은 따로 팔면 더 많은 금액을 챙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동부그룹이 동양그룹과 비슷한 길을 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동양그룹 역시 알짜 계열사의 경영권에 집착하다가 결국 공중분해의 길을 걸었다. 동양파워와 동양매직을 매물로 내놨지만, 실제론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동양매직의 경우 계열사를 통해 재인수를 시도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 ‘매각 지연→신용등급 추락→자금난 심화’ 악순환 빠지나

주요 계열사의 매각 시기를 놓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그러면서 매각이 더 어려워지는 패턴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동양그룹은 동양파워와 매직의 매각이 늦어지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했고,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동부그룹 계열사들도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일 동부메탈과 동부CNI,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 수준으로 일제히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자구책이 진척되지 않으면 3개월 내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불법 정치자금 경력을 가진 최연희 전 의원을 영입한 것조차 비슷하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3월 최 전 의원을 동양파워 대표로 내세웠으며, 동부그룹도 지난 4일 최 전 의원을 건설∙디벨로퍼 분야 회장 겸 농업∙바이오 분야 회장으로 영입했다.

최 전 의원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물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4선 의원에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최 전 의원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 일부에선 기업 특성 무시한 관치금융 지적도

일부에선 관치금융 논란도 일고 있다. 금감원이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란 원칙에 집착해 동부그룹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동부그룹이 재빨리 자구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동부그룹 채권은행 관계자는 “경영권 자체를 포기한 한진해운은 물론 채권단에 떠밀려 구조조정에 나선 현대그룹과 비교해도 구조조정 속도가 떨어진다”면서 “김준기 회장이 여전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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