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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산업은행…동부·현대 구조조정 속도

  • 2014.04.24(목) 10:46

기업 특성 무시한 채권단 독주 '부작용' 우려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채권단이 돈줄을 조이면서 동부와 현대그룹이 잇달아 주요 자산 매각에 착수했다.

다만, 구조조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과연 제값을 받고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채권단이 기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는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 동부그룹 사실상 백기 투항

동부그룹은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매각 방식을 채권단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개별 매각 계획을 접고, 산업은행 뜻대로 일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방안을 산업은행에 일임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난달 말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을 묶어 포스코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개별 매각이 더 유리하다고 버티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자 산업은행은 물론 금융당국도 발끈했고, ‘자칫 STX그룹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면서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신규 자금 지원을 계속 미루면서 돈줄도 조였다.

동부제철은 당장 이번 주말까지 912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갚아야 했던 터라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백기 투항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제철은 현재 산업은행에 1400억 원의 브리지론을 요청한 상태다.

 


◇ 동부는 물론 현대그룹 구조조정 속도

동부그룹이 채권단에 매각 방식을 일임하면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포스코는 늦어도 내달 중엔 인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개별 매각을 진행 중인 동부하이텍도 매각 절차에 들어간 만큼 다음 달쯤 인수 후보자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동부특수강 역시 시간이 걸리는 기업공개(IPO) 대신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현대증권의 신속한 매각과 유동성 공급을 위해 현대상선에 2000억 원을 대출했다. 현대상선은 그 대가로 현대증권 지분 14.9%를 신탁했다.

산업은행은 이미 현대상선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증권 매각에 나선 상태다.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25.9%를 포함해 현대증권 지분 36% 정도가 매각 대상이다. 현대증권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도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 동시다발 구조조정 부작용 우려도

다만, 대기업 구조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매물이 줄줄이 나오면서 과연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성과를 의식해 매각을 서두르면서 헐값 시비도 불거질 수 있다. 동부그룹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개별 매각을 고집한 이유 역시 가격 때문이었다.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당장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 지 자체도 불확실하다. 권오준 회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포스코가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산업은행과 당국이 신속한 구조조정이란 명분에 집착해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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