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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종합행정능력’이라는 꽃의 다른 이름은?

  • 2014.07.16(수) 10:50

21세기 대한민국 관피아 탐구

보통 직업 공무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종합행정능력’이라고 말한다. 크게 틀리지 않다. 우리 공무원 조직과 사회는 그것을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 이런 직업 공무원이 잘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들이 1~2년마다 순환 인사를 하는 이유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두루 알아야 관리를 할 것이 아니냐”이다. 관리형 조직원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종합행정능력은 여전히 만고불변의 유효한 덕목인가?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사회 전체가 너무나 고도화했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느 부처의 장관이 PC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전자결재를 하기 어렵다면 그 조직원들은 속된 말로 돌아버릴 거다. 금융감독당국의 신(新) 금융채널을 담당하는 섹터의 국장이 모바일뱅킹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떨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 공무원의 전문성은 필연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전문성은 종합행정능력과 대치되는 단어이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사회 전체가 그렇게 변했는데, 행정의 영역이라고 그곳에서만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억측이다. 아마도 1990년대에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던 상당수의 행정 영역이 지금은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특수’했던 것이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일반적’인 것이 된다. 사회는 그렇게 발전한다. 사회가 그렇게 세분화했다면 그것에 맞게 행정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정부 부처에서도 이런 측면을 반영해 옛날엔 하나의 부처에서 하던 일이 나뉘고 전문화한다.

정부 부처는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정책 필요에 따라 붙여다 뗐다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조직의 내용을 보면 사뭇 다른 점도 많다. 전통적인 공무원 조직의 형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조직에는 이미 상당수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일하고 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가정을 한번 해 보자. 기존 전통적인 의미의 공무원이 전문성을 스스로 갈고 닦아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사실은 이것이 더 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에 다시 되돌아오는 답변의 상당수는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행정 영역에도 그런 영역이 생겼지만, 여전히 공무원에게 중요한 것은 종합행정능력이라는 얘기다.


◊ 절대 가치처럼 미화한 종합행정능력

종합행정능력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관데 이처럼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는 걸까? 보통 행정학에서 논하는 행정이란 ‘정부가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갖가지 활동 및 내부적 관리’라고 정의한다. 어원적으로는 관리하다, 집행하다, 작은 통치행위, 집행권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 용어사전, 2010년, 새정보미디어)

아마도 좀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각종 규제를 만들거나 완화하고 집행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공약이나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과 정책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 보완•수정하기도 한다. 보통 이 작업은 입법기관인 국회와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게 된다.

결국, 국회에서 의원들과 협의하고 설득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관련 부처와 협의, 타 국과 협의 및 조정 등이 있다. 여러 공무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것을 종합행정능력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손으로 꼽히는 것은 국회에 가서 의원을 설득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를 종합행정능력의 꽃이라고 말한다.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 입장에선 정책을 완결 짓는 성과이기도 하다. 여기서 소위 직업 중앙 공무원으로서의 영혼이 충돌한다. 때로는 영혼 없는 성과도 있다. 국회에 가서 협의하는 것이 보통 제도나 규제의 필요성과 효과를 위해 영혼을 내놓고 싸우는 직업 공무원들도 많다.

◊ 공무원도 민간도 ‘소통’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집권당의 정책 의지가 매우 높아 허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땐 주고받는다. 또한, 규정을 모호하게 처리해놓기도 한다. 보통 언론에선 이 결과물을 ‘누더기 법안’이라고 말한다. 그렇게라도 한 것이 어디냐는 평가, 정치권 눈치를 보며 제도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만약 이런 업무가 종합행정이고 이것을 잘하고 못함이 능력이라면, 도대체 ‘세상의 어느 조직에서 이런 것이 없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작게는 가정, 학교, 직장 등 모든 관계 속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다. 흔히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중앙 공무원이 입법의 문제점과 효과를 잘 분석해 제시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당연히 잘해야 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보통의 직장인도 조직에서 이렇게 하면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다. 공무원 조직에서 흔히 쓰는 ‘종합행정능력’은 ‘협력, 소통’ 등의 단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이 공무원 조직에선 절대 가치이고 민간의 기업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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