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뱅크월렛카카오 써보셨어요? 기사 쓰려면 한번 해봐야죠."
"아직 안 해보긴 했는데…"
"그럼, 저한테 한 번 500원만 보내보세요."
"아니, 요즘 그런 식으로 기자 돈을 **치시나요ㅋㅋ?"
#2.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안 그래도 요즘 핀테크 핀테크 하는데 사실, 뭔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핀테크가 전혀 반갑지 않은 사람이기에. 평소 노트북도 스마트폰도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핀테크 열풍을 촉발한 엑티브X…? 윈도우 익스플로러 어쩌고저쩌고 설명도 한참을 들은 것 같은데 역시 난 잘 모르겠다. 천송이는 왜 그런 코트를 입고 나와서 난리야? 괜히 이러고 원망한다. 그래서 정말 큰마음 먹었다. 취재원이 얘기한 뱅카(뱅크월렛카카오의 줄임말)를 한 번 써 보기로. 이게 물론 핀테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해 보면 뭔가 감은 잡히겠지.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일단 해보자.
모바일 지갑이라고도 하고, 전문용어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고도 한다. 사실 이 말도 써보지 않고선 이해가 안된다. 나 같은 무식한 사람은. 우선 카톡에 들어가 뱅카앱을 내려받고 기존에 사용하는 은행 계좌번호를 저장했다. 몇 개의 비밀번호도 입력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늘 쓰는 비밀번호를 넣었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이제 돈을 한번 보내볼까. 일단 충전을 해야 한단다. 아까 가입할 때 입력한 내 계좌에서 뱅카라는 전자지갑에 돈을 미리 넣어두고 쓰는 방식인 셈이다. 최소 충전금액은 1000원이라니까 일단 1000원만 충전. 금액 쓰고, 계좌 비번 입력하면 된다. 쉽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보내볼까. 노란색의 보내기 버튼을 누르니 친구 목록이 주르륵~. 계좌번호 몰라도 목록에서 친구만 찜하면 된다니 편하네. 음…. 누구한테 보내지? 한참을 보고 있다가 선택. 미가입고객이라고? 일단 보내보자. 비밀번호 입력. 딩동. '뱅크머니 500원을 보냈습니다. '뱅카로 연결'을 눌러주세요.'
"500원이 뭐냐! 치사하게. 그런데 안 눌러진다." "선배, 가입해야 하나 본데요. 가입해보세요." "나 그런 거 안 쓴다." 평소 얼리어댑터라면서! IT 전문이라면서 이런 것도 안 쓰냐. 실패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그럼 내 돈 500원은? 충전금액은 이미 1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었는데. 어! 내 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자. 내역조회라고 작게 쓰여 있는 게 보인다. 눌러보자. 휴~다행이다. '보내기 취소'버튼이 있었구먼. 눌렀다. 어라~ 그런데 이 돈은 다음날 12시 넘어 들어온단다. 뭐지? (이날이 금요일이었으니 결국 이 돈은 월요일에 내 은행 계좌로 무사히 돌아왔다.) 좀 실망인데.
자~이번엔 누구한테 보내야 무사히 돈을 보낼 수 있을까. 죄다 미가입이라고 뜬다. 뱅카 가입고객이 늘고 있다던데 내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들은 관계없는 것 같다. 처음에 이 뱅카를 써보라고 권유했던 취재원에게 보내보자. 유일한 가입자인 듯 하다. 적어도 내 친구 중에선. 받을 친구를 선택하고 금액 입력하고, 비밀번호 네 자리 입력하면 끝. 이번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렇게 알려준다. 3일 이내에 친구가 받지 않으면 그 다음 영업일에 내 은행 계좌로 자동환불된다고. 그렇구나. 결국엔 4일이나 걸리는거네. 흥.
'딩동'. 이 취재원 고맙게도 돈을 다시 보내주네. 그럼 받아야지. 이 받은 돈은 충전계좌, 그러니까 내 전자지갑에 바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 역시 실제 은행 계좌로 보내서 현금으로 찾으려면 다음날 12시 이후에나 가능하단다. 이건 정말 아닌데. 이 취재원은 얘기한다. 이건 선불지갑이라고. 은행의 실시간 이체와 다른 상품으로 생각하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은 없지만.
▲ (중간중간 일부 과정은 생략) |
#3.
이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뱅카, 편리하면 얼마나 편리하다고. 모바일뱅킹이랑 비슷한 것 아니야. 그런데 막상 두 가지를 다 써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모바일뱅킹 이것도 물론 처음 하는 거다. 일단 은행 지점에 가서 가입부터 했다. 괜히 한번 물어본다. 뭣도 모르면서. "이거 보안 괜찮아요?" "다 확인해서 하는 거니까 문제없어요." 뭘 확인한다는 거지? 암튼, 한 두 명 쓰는 것도 아니고 어련히 잘해놨겠어. 그래도 괜히 걱정은 된다. 안전할까. 하는 수 없지 뭐. 뱅카도 했는데. 이미 기사는 쓴다고 했고. 내 한 몸 희생(?)해서 좋은 기사를 만들 수 있다면.
앱 다운받고 창구에서 비밀번호 입력하는 등의 가입절차는 5분 정도면 끝난다.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체하려면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에 내 노트북에 있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보내기를 하면 된다고 한다. 한 20분 걸렸나 보다. 내가 뭔가 잘못했는지 한참 만에 성공했다. 포기할뻔한 위기였지만 어쨌든 성공. 그럼 자~이체를 해볼까. 앱을 열고 아까 창구에서 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했다. 돈을 보내보자. 상대방 계좌번호 입력하고, 내 계좌 비밀번호 입력. 또 지갑에서 주섬주섬 보안카드를 꺼내 보안카드번호를 입력, 마지막으로 인증서 암호를 입력한다. 인터넷뱅킹 절차하고 똑.같.네! 모바일로 가능하다는 것뿐. 뱅카를 이용한 후라 그런지 더 번거롭게 느껴진다.
뱅카, 확실히 편리하다. 물론 몇 가지 제약도 있지만, 어쨌든 적은 돈을 보내기엔 나쁘지 않다. 그럼, 이렇게 편리한 데 왜 아직 많이들 안 쓰는 거지? 얼리어답터라는 그 선배 말은 그렇다 "보안도 괜히 걱정되고, 또 인터넷뱅킹 바로바로 쓸 수 있는데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사실 나 역시도 그렇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했다. 기존에 써왔던 방식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아! 그것도 있다. 미리 돈을 넣어 놓고 쓰는 거. 신용 결제에 익숙한 우리로선 이것도 괜히 마음에 안 든다. 보안 문제도 걱정이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고, 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해라고 할지언정 많은 사람이 보안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보안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홍보를 강화하거나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IT에 무식한 일반 소비자로서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