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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轉, 노조가 칼자루 쥔 하나-외환 통합

  • 2015.02.04(수) 16:26

법원, 하나-외환은행 합병 중지 가처분신청 수용
외환 노조 동의 없이는 조기 통합 사실상 어려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오는 6월 말까지는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이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2.17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이후로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조기 통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통해 중복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신한금융을 따라잡으려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영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법원, 6월까지 합병 절차 중단 명령

서울중앙지법은 4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는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외환 노조는 앞서 하나금융이 금융위에 두 은행의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하자 ‘2.17 합의서’ 위반을 이유로 합병 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부는 외환은행에 대해 하나은행과 합병을 위한 본인가 신청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을 위한 찬성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가처분 인용의 효력 시점은 6월 30일까지로 정했다.

재판부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된 뒤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2.17 노사정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합병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내용인 만큼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빨간불

이에 따라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면 앞으로도 외환 노조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조기 통합이 어려워진 탓이다.

재판부는 가처분 인용의 효력 시점을 일단 6월 30일로 정했다. 하지만 이후에 외환 노조가 다시 가처분을 신청하면 다시 재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가 노사 간 합의의 구속력을 부인하려면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일단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하나-외환은행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아울러 법원의 판단에 대한 이의 신청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재판부가 밝힌 ‘현저한 사정 변경’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금융산업은 선제적인 위기 대응이 없다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재판부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 김정태 회장 경영 구상도 차질

이번 판결로 김정태 회장의 경영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1기 체제에서 조기 통합을 마무리 짓고, 2기 체제에서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과 함께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노렸다.

하지만 외환 노조가 조기 통합을 위한 확실한 칼자루를 잡으면서 상황은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외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뚝심과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 통합이 늦어지면 하나금융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김 회장이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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