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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세미나? 뭐가 두려운 거니?

  • 2015.04.16(목) 14:57

[Inside story] 은산분리 이슈 등 뚜렷한 정책안 없이 의견수렴
정책 자신감 떨어지고 상황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 열어놔

 

"16일에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해서 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하나 보네요?"
"하긴 하는데, 공청회도 아니고 세미나여서요."
"네?"
"공청회로 하는 건 (정책 안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고 보면 되는데 세미나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지난주 금융연구원 관계자와 이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사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요. 세미나 하루 전인 어제(15일) 금융위원회가 미리 기자들에게 배포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 관련 자료'를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더군요.

자료는 방대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고요.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이슈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은행-산업 분리(이하 은산분리) 완화와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인데요. 그러니까 인터넷 전문은행을 기존 은행에만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에까지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느 기업까지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비대면을 허용하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시장에선 가장 궁금해합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설익은 기사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바로 해명자료를 내는 식으로 대응했고요. 그래서 사실 오늘 세미나에서 어느 정도 정리된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세미나는 되레 시장에 묻는 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수많은 질문을 던져놓기 바쁩니다.

▲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행 소유구조 개선방안 자료 중에서
 
▲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자료 중에서

 

물론 방향성은 알 수 있습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이것은 이미 여러 차례 금융당국에서 시사했던 것이죠.  오늘의 세미나는 이 수준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 놓기만 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가지 안을 정해서 던져주는 게 아니라 그동안 테스크포스(TF)팀에서 우리끼리 논의했던 여러 안에 대해 타당한지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라고 말하더군요. 

"비겁한 변명입니다~(실미도, 설경구 대사)."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좋게 말하면 의견수렴이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고 제일 탈 없는 안을 선택하겠다는 것이죠. 한 가지 안을 정해서 공청회를 했다가 '이게 아닌가 보네' 하고 다시 방향을 틀기도 어려우니 처음부터 안을 정하지 않고 가자는 것인데요. 정책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져 보입니다. 물론 민감하고 첨예한 이슈를 정책당국에서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당국의 의중을 알기 어렵게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금융연구원 관계자가 했던 얘기처럼 세미나의 한계이고, 이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한계로 보입니다. 네이버 사전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공청회로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공청회가 끝나면 정책 반영 가능성이 높아져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고요.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민감한 정책 이슈라 해도 공청회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다 세미나로 진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이 뭐겠어요?. 금융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죠."

인터넷 전문은행이 최근 핀테크 활성화, 규제개혁 등과 엮이며 청와대 등 당국 안팎에서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인데요. 힘없는(?) 금융당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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