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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의 규제 완화, 신한은행 사례로 엿보기

  • 2015.06.16(화) 15:16

신한은행 자산운용 위탁 질의 답변 "자율로 하되, 다만…"
해석 모호한 답변, 금융당국 실천 의지 바로미터 될 듯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두 금융당국 수장이 또 한 번 규제 완화를 천명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재천명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구두지도 등의 비공식행정지도를 없애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규제 완화 건의사항도 받아왔다. 그럼 그동안 해왔던 규제 완화를 재강조한 것은 왜일까.

금융회사의 규제 완화에 대한 체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엔 금융당국의 이런 선언이 공허한 외침,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들릴 뿐이다.


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지난 5일 금융규제 민원포털에 올라왔다. 신한은행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은행의 고유자산 운용 위탁과 관련해 비조치의견서(법규 위반 여부를 금융당국으로부터 확인)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이미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에 건의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양 회사는 현장점검반에 은행의 고유자산 운용 위탁과 관련해 현행 자산운용사별 위탁 한도 제한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어제(15일) 열린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국내 은행의 고유자산 운용 때 위탁 자산운용사 선정기준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특정 운용사·자문사에 대해 위탁 한도를 50%로 설정하도록 행정지도했다. 계열 자산운용사에 몰아주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가령 신한은행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자산운용을 몰아주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행히 금감원은 건의를 받아들여 "운영 중인 자산운용사별 위탁 한도는 각 은행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있다. 금감원은 이 안내공문에서 "다만, 계열사 또는 특정 자산운용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불공정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불공정문제를 언급한 부분은 해석이 불분명하다. 정말 자율로 해도 되는지, 아닌지 판단이 모호하다. 이런 단서조항들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자꾸만 묻게 된다. '정말로 자율로 해도 되는 거냐고?' 금감원의 명확한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면 은행으로선 기존처럼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신한BNP파리바 측의 설명이다.

신한BNP파리바 측은 "이 경우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은행이나 그룹의 자산운용 역량 제고와 집중을 위한 중장기 경영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 규제가 금융회사 공통으로 적용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 삼았다. 특히 "삼성생명, 한화생명, 농협중앙회 등은 내부 자산운용부문 중장기 정책에 따라 계열 자산운용사에 운용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계열인 삼성자산운용에 대부분의 자산운용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국내 1위 은행 지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지만, 계열 자산운용사의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규제가 오히려 업계의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따라서 "금융회사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자산운용업계의 대형화를 통한 자산운용업의 도약을 위해 당국의 명확한 해석과 업권 간 공평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조치의견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공문을 통해 '금융위, 금감원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기타 유·무형의 행정지도(공문 포함)는 모두 효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지난 2013년의 자산운용 위탁 관련 규제에 대한 지도와 지난 4월에 자율적 운영을 명시한 공문 또한 효력이 없는 것으로 봐도 되는지를 물었다.

이 역시 금융회사 입장에선 해당 공문의 유효성에 대한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당국의 방침대로라면 홈페이지에 올라 있지 않은 규제는 효력이 없으니 불공정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원칙대로라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정말 그럴까'라는 게 금융회사의 생각이다. 규제 완화에 목을 매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체감도가 너무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임 위원장이 규제 완화를 또 한 번 강조하고 나선 상황에서 신한은행과 자산운용사의 비조치의견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답변이 더욱 주목된다. 어쩌면 당국의 규제 완화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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