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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무한경쟁…결국 삼성이 웃는다?

  • 2016.01.21(목) 16:50

상품 차별화·가격 인하, 경쟁 가속화
경쟁 과열하면 결국 소비자 피해 우려도

"지금까지 보험사가 규제 때문에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경쟁 때문에 힘들어질 겁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2015년 10월 2일, 보험사 사장 조찬간담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상품 자율화를 통한 보험사 간 경쟁 유도'를 골자로 한다. 보험권에 이른바 '무한경쟁'이 벌어지면 다양한 상품과 가격이 가능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지리라는 판단이다.

◇ 불붙은 車보험…신상품 봇물

경쟁은 금융위원회가 만든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에서 가장 먼저 벌어졌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두고서다. 보험 시장은 이미 대부분 포화 상태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1년 갱신형인 데다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다.

삼성화재에만 있던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상품을,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에서도 내놨다. 동부화재와 한화손보도 조만간 이런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실제 가격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온라인에서 편하고 싸게 고를 수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관련 기사 : 벌써 혼탁한 보험다모아…시장 정화는 언제?

보험사들은 또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분주하다. 해지 환급금을 낮춰 보험료를 내리거나 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보험사의 관심 밖에 있던 고령자와 유병자를 타깃으로 한 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3개월 혹은 6개월간 다른 보험사가 같은 상품을 팔 수 없게 하는 '배타적 사용권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 보험업계 구도 변화에 '촉각'

이런 추세에 따른 업계의 구도 변화도 관심사다. 대형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와 손해보험사(삼성·현대·동부·KB)로 짜인 오랜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대로 여러 매력적인 상품이 나오면, 보험사보다는 해당 상품을 보고 가입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형사 위주의 업계 구도가 오히려 더 굳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이목을 끌 수 있는 가격 경쟁에 묻히면 아무래도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사에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또 차별화와 자율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인력도 대형사에 많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들은 시장에서 낙오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임 위원장이 "경쟁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 대형사 쏠림-경쟁 과열 우려

문제는 경쟁의 '질'이다. 신상품 개발이나 맞춤형 상품 제공 등 소비자를 위한 경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반대로 가격 경쟁에 치우치거나 소비자를 오히려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식이면 결국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보험다모아에서 가격을 낮은 순으로만 나열하는 탓에 일부 보험사가 보장 항목을 줄여 가격만 싸게 상품을 올리는 경우가 그렇다.

중소형 보험사 사이에선 보험다모아 탓에 오히려 삼성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다모아 오픈 초반, 이미 온라인 전용 상품이 있던 삼성화재만 주목을 받았을 때도 이런 지적이 있었다. 삼성화재가 '선점 효과'를 누렸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 보험슈퍼마켓은 당분간 삼성화재 독무대

 

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면서 삼성화재가 텔레마케팅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돼, 중소형사가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보험다모아의 정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조차 상품보다는 결국 브랜드를 선택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보험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 논리가 강해지면 대형사 위주의 쏠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보험사가 낙오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로서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경쟁이 과열하면 보험 상품의 특성상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무작정 경쟁만 부추기기보다 경쟁이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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