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④넘어야 할 '센' 적들

  • 2016.03.21(월) 10:08

[금융, 융합 그리고 플랫폼]신사업 진출 걸림돌
평판 리스크와 기존 사업자 그리고 내부의 적도

'힙합 복장을 하고 랩을 흥얼거리는 착한 톱스타'

한 금융회사 광고의 한 장면이다. 젊은층 공략을 위한 힙합 코드. 그러나 신뢰의 상징인 '착한' 톱스타 모델.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이 조합에는 어쩌면 변화를 모색하는 금융사들의 고민과 한계가 녹아 있는지 모른다. 오랜 전통에 따른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파격을 꾀해야만 하는 딜레마다.

 


◇ 만만치 않은 제도적·윤리적 제약

금융사들은 그동안 규제와 평판 리스크의 틀 안에서 사업을 영위해왔다. 법적으로는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사업해야 하고, '도덕적(?)'으로는 여론을 신경 쓰며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중 제도적 규제는 최근 들어 점차 완화하는 분위기다. 당국이 금융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규제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휴대전화 할부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은행이 점포 임대를 통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등 최근 부쩍 늘어난 신사업 진출은 규제 완화 기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규제 완화를 틈타 금융사들이 마치 IT기업들처럼 전방위적 영역으로 손을 뻗치긴 어렵다.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평판 리스크 역시 아직 제약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카드사의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는 진출할 수 없다. 현대카드가 서점 산업에 진출하려고 했다가 이런 제약 탓에 계획을 접은 것이 대표적이다.

제도적으로 막혀 있기도 하지만, 혹여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영역에 진출했다가는 비판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톱스타의 어색한 랩은 이런 제약에서 비롯한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 벤처에 글로벌 기업까지…그곳은 전쟁통

이런 환경에서 금융사들은 빠르면서 저돌적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난제에 부닥친다. 최근 금융사들이 노리는 영역을 살펴보자. 메신저,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앱), 쇼핑몰, 휴대전화 할부, 임대 사업. 하나같이 전쟁통이다. 기존 대기업조차 벤처 기업에 밀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까지 버텨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영역이다.

 

▲ KB국민카드가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류 쇼핑몰 '여의주'. /이명근 기자 qwe123@


결국, 관건은 기존에 쌓은 '신뢰의 이미지'를 통한 차별화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위비톡의 경우 대화 내용의 자동 삭제 등 보안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대리운전 앱이나 쇼핑몰 역시 안정성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기존 금융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있다. 신뢰의 이미지는 제약인 동시에 무기가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넘어야 할 장애물은 또 있다. 바로 내부의 적들이다. 혁신은 기존 조직과 직원들의 희생과 변화가 필요하다. 점포를 줄여 임대 사업에 활용하는 데 따른 구조조정이나 신사업에 대한 내부 회의론, 체질 변화에 대한 거부감 등을 넘어서야 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사실 최근 추진하는 사업들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비용만 낭비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말은 '신사업'이지만, 직원들을 동원해 실적을 강요하는 구시대적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