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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없는 병원·보험사...실손보험 또 땜질만?

  • 2016.11.28(월) 18:16

단독형, 보험료 할인 등 실손보험 개선안 윤곽
비급여 체계 개선 아직...근본처방 장기 과제로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다. 굉장한 부작용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보험료에 반영해서 재원을 마련한 뒤에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이재구 손해보험협회 본부장, 실손보험료 차등화 방안과 관련.)

"오늘 공청회 타깃은 계속 비급여 문제다. 비급여가 사회악인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보험사가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실손보험 상품은 얼마나 개선했나?"(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의료계 비급여 체계 개선과 관련.)

과잉진료 탓에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가 덩달아 오르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개선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항목을 특약 형태로 떼내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겐 보험료를 깎아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예민하게 여기는 '근본적인 처방'은 뒤로 미뤄두고, 상품에 대한 보장을 분리하는 방안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관련 기사 ☞ [포스트]이러려고 실손보험 들었나 자괴감 들고…


◇ 실손보험 개선 '윤곽'…최종 추진은 미지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손보험 개편안의 대략적인 윤곽을 내놨다.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항목을 보장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은 특약으로 구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 보험금을 받지 않은 무사고자·무청구자에 대해 보험료를 환급·할인해주는 방안과 비급여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진료 표준화 추진 방안 등을 내놨다.

그러나 단독형 상품 출시의 경우 당장 제도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보험료 차등화와 비급여 관리체계 개선 방안은 업계 반발이 커 제도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결국 소비자의 보장 항목을 분리하는 방식인 '단독형 상품'을 출시하는 선에서 이번 개선안이 마무리되리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이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관계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단독형 실손 추진…도수치료 등은 특약으로

최양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날 '상품구조 개선과 단독형 상품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실손보험을 단독형과 특약으로 나눠서 파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약에는 과잉질료를 유발하는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이 포함된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특약에 대해서 자기부담비율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과잉 진료 탓에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과잉진료가 아닌 필요에 따라 도수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소비자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실손보험 보장 구조를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분하는 방안. (자료=최양호 한양대학교 교수)

최 교수는 또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을 끼워 팔기 하는 관행을 막는 방안도 내놨다. 보험사와 설계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다른 보험과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런 관행 탓에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관련 통계를 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끼워팔기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텔레마케팅(TM)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자동차보험처럼 연납(또는 연 2회)으로 납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 무사고자 보험료 환급 방안도 거론

1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무사고자와 무청구자에 대해 보험료를 환급·할인해주는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 차등제와 비급여 관리'에 대한 발표를 통해 이런 방안을 내놨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가입자가 일 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최대 4개월 치 납입보험료를 돌려주고, 영국의 경우 할인 단계를 구분해 사고나 청구실적에 따라 다음 해 갱신보험료 할인율을 조정한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역시 이런 방안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비급여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진료 표준화와 사용 의무화 추진 및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정 연구원은 "보험계약자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보험료 차등제도 도입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의료비 관리체계 구축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험 vs 의료, 이해관계 대립 여전

그러나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여전히 '나만 양보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일단 보험료 차등화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재원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본부장은 이와 관련, "무사고 환급의 경우 독일이나 영국처럼 재원을 보험료에 반영한 다음에 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환급 재원 마련을 위해 관련 보험료를 올리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 소비자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과잉진료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비급여 체계 개선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여전하다. 의료업계는 보험사들이 상품 구조 설계를 잘못해 놓고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만 문제로 삼고 있다면 비급여 체계 개선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여기에 더해 단독형 실손보험 출시에 대한 불만까지 쏟아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데 어느 회사가 손해를 보면서 단독 상품을 팔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당장 도수 치료나 비급여 주사제를 특약으로 한다고 제외하면 당장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신기술을 통한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이 생길 경우 이를 커버하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당국도 이런 예민한 방안에 대해서는 '장기적·단계적'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손주형 금융위 보험과장은 "못 푸는 게 있더라도 일단 풀 수 있는 부분을 풀어나가는 게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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