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수요 보호'를 가장 앞서 강조했다. 정부가 지목한 투기 세력을 잡으면 가파른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서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투기 세력을 쫓느라 실수요자까지 잡는다는 불만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일단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기세력은 물론 '서민'들도 서울에서는 빚을 내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고 집값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안착할지도 미지수다.
다만 살길이 전혀 없지는 않다. 사정이 급하다면 같은 조건이라도 대출을 더 받을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또 무주택자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급매물을 노리라는 팁을 주거나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화나 규제 완화를 기다리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 신용대출부터…보험 약관대출 등 활용
당장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이들은 금리는 더 낮게, 대출금은 더 많이 받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향후 정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집값이 더 오르거나 혹은 대출 규제가 더 강화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은 서두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로 급하게 추가 대출이 필요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전에 신용대출부터 받으라고 조언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에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으면 LTV 회피 대출로 의심을 살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대출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
시중 은행들은 통상 대출자 연 소득의 1.2배에서 최대 두 배 가까이 신용대출을 해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연 소득의 1.6배까지 빌려주고 씨티은행의 경우 1.75배까지 가능하다.
신용대출 중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경우 금리가 다른 신용대출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돈이 생기면 쉽게 대출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기 일시상환방식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보다 금리가 낮다. 다만 원금분할상환방식 신용대출보다는 대출한도가 적다.
이 밖에 사내 퇴직금 담보대출이나 보험사 약관 대출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부모 명의 주택이 있다면 제3자 담보 제공 방식으로 부족한 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자격이 된다면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 상품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 부양가족 많은 장기 무주택자 유리
정부가 정한 '서민·실수요자' 요건에 해당하면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이고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이면 LTV와 DTI가 10%포인트 완화된다. 서울이라면 집값의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청약통장이 있는 장기 무주택자라면 아파트 분양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되고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으로 점수를 매겨 장기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가점제 분양이 확대된다.
일각에서는 양도세가 부과되는 내년 4월 이전에 나올 수 있는 급매물을 기다렸다가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내년 초에 양도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하락을 기대해 당분간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조언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가격 과열은 일시적으로 진정되겠으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성과 강남 4구의 두터운 수요, 2018년까지 저조한 서울지역 입주량 등을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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