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는 유난히 핀셋 규제를 강조했다. 핀셋 증세에 이어 핀셋 부동산대책을 외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콕 집어' 정밀타격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규제나 정책으로 인한 리스크, 파장 혹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일 터.
그렇게 '핀셋'을 강조했던 이번 정부가 8.2부동산대책과 함께 내놓은 대출규제에 있어선 오히려 정반대 노선을 택한 듯 보인다.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에 대해 LTV·DTI를 40%를 낮추면서 규제 영향이 광범위해졌다.
서울 지역 인구는 1000만명에 육박, 전국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그만큼 서울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데 따른 대출 규제 강화는 상당한 '서울 사람'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미 집값이 치솟을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치명적이라 할만하다. 그만큼 정치한 정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잇따라 보완책을 내놓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시장에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 아마추어의 전형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
정부가 정밀타격 대상으로 꼽은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의 혼란까지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무주택 혹은 1주택 소유자 중 실수요자(기존 주택 팔고 새 아파트 구입)에 해당하는 사람들까지 새로운 대출규제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되도록 한 점은 의아스럽다.
금융당국으로선 이참에 가계부채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하루아침에 대출한도를 70%에서 60%(6.19대책 청약조정지역), 다시 40%로 떨어뜨리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일이다. 서울지역 집값 등 시장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결국 어제(13일) 두번째 보완책을 마련해 실수요자 중 서민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에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 7000만원)에서 7000만원(생애최초 8000만원)으로 1000만원을 상향했다. 정책금융 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기준이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점을 참고했다. 물론 1000만원 상향했다고 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수요자에 대한 경과조치도 마찬가지다. 대책 발표 당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약금을 내고 8.2 이후 잔금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은 자금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2일 이전까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이들은 구제받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7일 보완책에선 2일까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무주택세대이거나 계약금을 이미 납입한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로 인정해 기존의 대출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미 감독규정 부칙 제3조에 따라 경과조치를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했지만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놓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금융위 블로그 관련 게시물 삭제 이후 댓글 캡처 화면 |
두번째 보완책에선 3일 이전 아파트 분양을 받고 계약금을 납입하지 않았더라도 구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실수요자 대책이 여러차례 바뀐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또 지난 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8.2대책과 관련해 Q&A 형태의 홍보 포스트를 올렸다. 비난 댓글이 쇄도하면서 해당 글을 비공개로 전환하더니 결국은 아예 삭제하는 '황당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 시장에 영향이 막대한 정책 홍보 글을 올리는 것조차 어설프고 안이했다. 시장 혼란을 잡아줘야 할 정책당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욕으로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시장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투기를 잡고, 집값을 잡고,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데 싫다는 사람은 없을 터. 좀더 프로페셔널하고 정밀한 정책이 아쉬울 따름이다.
총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