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권력 공백'…외풍에 흔들리는 금융권

  • 2017.11.06(월) 17:23

금융권 사정 한파 속 '정치권 공세' 거세져
비리 백화점 오명 금감원은 '내 코가 석 자'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본격화할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갑질 관행을 쇄신해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과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되게 할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지난달 31일 외신기자 간담회)

문재인 정부 사정 당국의 칼날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을 향하면서 잠잠했던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물론 KB금융과 우리은행 등이 연달아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일부 최고경영자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사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금융권 '군기 반장'인 금감원 역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사정 정국에서 제 역할을 못 해 체면만 구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조만간 조직혁신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지만 이마저 늦춰지는 분위기라 국면 전환 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대대적 쇄신 앞둔 금감원…꼬인 실타래 어쩌나

최근 사정 당국의 칼날은 금융권 전반을 향해 있다. 주요 금융사와 금융당국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교체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 인사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조직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혁신안 마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채용비리 근절과 관련한 재발 방지 방안과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더욱 까다롭게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금감원 임원을 대거 교체할 계획이다. 현 임원을 전원 교체하거나 새 부원장을 외부 인사로 채용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금감원은 이런 방안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쉽지 않은 형세다. 우선 지난 3일 검찰이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구속하면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문제다.

이와 함께 새 임원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이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인사가 지체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금감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수석부원장 자리에 또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원장 후보군에 '모피아'를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최흥식(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나원식 기자)

◇ 금융권 '사정 한파'…친정권 인사 심기 지적도

문제는 금감원이 내부 문제에 발목 잡히면서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사정 한파'에 사실상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이런 경우 금감원이 금융권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명분이 떨어지는 탓이다. 특히 금감원 임원들의 경우 형식상 일괄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금융사들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KB금융 노조에 따르면 이학영·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9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 토론회에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KB금융 지배구조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KB 노조는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진입을 위한 의결권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데 이번 토론회가 이런 시도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 관련한 노조의 설문조사에서 회사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윤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 9월 회장 선출 기구(KB금융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연임이 결정됐고 오는 20일 주주총회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주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경우 연임 확정 뒤 7개월 만에 채용 비리 의혹으로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우리은행 격랑]③일파만파…'불똥' 어디까지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쌓인 적폐가 있다면 파헤치고 문제를 푸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정권 교체 뒤 대규모 CEO 인사와 맞물려 사정 당국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제 사람 심기'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금융위나 금감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니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