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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라고요?"…보험사, 헬스케어상품 난감

  • 2018.04.10(화) 11:20

금융당국, 상품개발 독려 불구 상품개발 막혀
심평원 "보험사에 공공정보 정보제공 안돼"
통계없이 상품개발 불가…초보 수준 상품만

 
'헬스케어(건강관리)' 보험상품이 보험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보활용에 가로막혀 사실상 상품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정보와 관련한 공공정보 빅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한 것과 관련해 국민 권익침해 논란이 일면서 보험사에 관련 정보 제공을 일체 중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계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헬스케어상품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관련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질병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던 기존의 사후 방식이 아닌 건강관리를 통해 질병의 사전 예방에 집중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부 통계가 없는 만큼 외부에서 상품개발을 위한 유의미한 통계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 길이 막혀 상품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건강증진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헬스케어 보험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관련 통계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상품개발 길이 막힌 상태"라며 "헬스케어 상품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유의미한 통계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심평원인데 현재 보험업계에게만 공공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달들어 헬스케어 상품들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스마트기기와 연결해 많이 걸으면 보험료를 일정부분 할인해 주는 등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계가 없는 만큼 다양한 상품개발이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국내에 관련 통계가 없을 경우 해외에서 통계를 가져와 상품개발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헬스케어 상품은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나 문화, 행동양식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통계도 적용이 어렵다.

결국 국내에서 상품개발을 위한 통계자료를 구해야 하지만 향후 보험사들이 이 같은 통계 정보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공공 빅데이터 제공과 관련해 이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 보험사에는 더 깐깐해지는 정보제공..형평성 논란

복지부는 민간 보험사에 제공된 진료 관련 빅데이터가 보험요율이나 상품설계에 이용돼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보험사에 심평원의 빅데이터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데이터 이용 관련 법률을 검토해 빅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심평원은 내부지침 개정을 통해 '제공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구성, 향후 제공되는 모든 데이터를 심의위를 거쳐서만 제공할 방침이다.

심의위를 구성하는 세부안은 이달말까지 마련될 방침이지만 실제 위원을 구성하고 운영사항을 내부지침에 추가하는 등 심의위가 가동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방침이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공공 빅데이터는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공공정보의 활성화 차원에서 영리목적의 이용을 포함해 국민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다만 비공개대상정보와 저작권법 등 제3자의 권리가 포함된 다른 법령에 권리가 포함된 경우 해당 법령에 따라 정당한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정보만 제공을 제외한다.

보험업계도 이에 따라 공공 빅데이터를 제공받았지만 현재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데이터 제공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험사를 제외한 다른 기관들의 경우 현재도 정보제공 신청을 하면 이전과 같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보험관련 정보 제공 스타트업의 경우도 정보제공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유일하게 보험사만 제한을 받는 셈이다.

더욱이 심평원은 향후 제공할 정보의 기준 및 정보제공 절차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해도 보험사들이 다른 기관처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것.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만 정보제공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독 보험업계에만 강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 보험사에 제공된 공공 빅데이터는 개인식별정보(이름, 성별, 전화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외한 정보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재식별화(데이터를 가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즉 명시적 개인정보가 제외된 공공데이터 제공에 대해 특정 업권의 접근만을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약한 상태여서 향후 형평성 문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헬스케어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업계에 상품개발을 강요한 부분이 있다"며 "상품을 내놓고 싶어도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통계 데이터가 없는데, 모두에게 제공되는 정보임에도 보험사만 안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걷기나 뛰는 등의 활동으로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것 이외에 보험료를 차등화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보험사에 공공데이터를 제공할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상반기내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데이터 활용기준이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용어, 제공절차 등이 통일되지 않고 다르게 이용됐다"며 "공통의 방향설정을 하고 있는 단계로 상반기내 가이드라인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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