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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듀레이션매칭채권 도입 추진

  • 2018.05.16(수) 09:37

자산-부채 듀레이션 위험 줄이기 위해 검토
채권 만기까지 보유하면 지급여력 반영안해
당국, 회계원칙 훼손 우려 고민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제도(RBC)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듀레이션매칭채권(가칭)' 도입을 검토중이다.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만기가 긴 채권을 매입해 보험 부채와의 듀레이션(duration)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로 RBC가 하락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이는 저금리 당시 채권평가이익으로 RBC 상승효과를 노리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채권을 재분류 할 경우 회계상 3년이 지나기 전에는 다시 변동이 불가능한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매입하는 채권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돼 채권평가손실로 자본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듀레이션매칭채권은 채권 매입때 자본적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만기보유를 약속하면 회계상 분류와 상관없이 RBC에는 채권평가손익에 따른 자본변동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듀레이션 매칭용으로 채권을 매입할 경우 만기보유증권으로 채권 재분류를 하지 않아도 만기보유증권으로 인정해 채권을 시가평가하지 않는 제도다.

듀레이션은 평균적인 투자만기의 개념으로, 보험사는 총 자산의 평균만기와 총 부채의 평균만기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보험사가 10년 만기의 보험상품을 팔았을 때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보험금(부채)이 있기 때문에 동일 규모의 10년 만기의 채권(자산)을 매입해 갖고 있으면 보험사는 안정적인 수익(채권이자)을 얻으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고 자산과 부채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 금리변동에 따라 자산과 부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랜 저금리 구간을 지나오면서 언제든 판매할 수 있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변경하면서 차이가 발생했다. 부채는 원가로 평가돼 변동이 없는 반면 자산인 채권은 시가로 평가되면서 자본변동에 영향을 줘 RBC등락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은 총 297조9000억원으로 전체 보유자산 574조1000억원의 51.9%에 달한다. 업게 전체적으로는 금리 1%가 상승할 경우 20조원이 넘는 자본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돼 RBC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업계 "새 회계제도 부담, 대책마련해달라"요청에 듀레이션매칭채권 검토
 
보험업계는 IFRS17을 대비해 정책적인 배려를 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그중에서도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채권을 신규 매입할 경우 RBC에 반영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위한 준비에 있어 금리변화가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라며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로 가용자본이 감소하고 있어 대응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IFRS17 대응을 위해 상품측면에서 수익성확보와 자산-부채듀레이션 매칭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보장성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꿔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잘되고 있다"며 "다만 수익성 확보를 위한 상품들이 오히려 듀레이션 갭을 증가시키는 상품들이 상당부분 있어 IFRS17과 K-ICS 도입시 자산부채의 변동성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FRS17 도입을 위해 단계적인 자본확충을 보험사에 요구하고 있는 만큼 건전성 유지를 위한 듀레이션 매칭 확대 방안 모색이 필요해서다.

다만 듀레이션매칭채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기존 회계원칙에서 벗어나 감독법규상 예외규정을 두자는 것이기 때문에 도입에 대한 부담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검토중이며 금리상승에 따른 RBC 변동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고심중"이라며 "다만 금리하락시에도 자본변동을 줄이기 위해 같은 방안 도입을 추진했으나 보험업계에서 반대한바 있는데,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리스크관리에서 벗어나 ORSA(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평가)도입 등 회사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프로세스를 갖추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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