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홍보모델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두 은행 모두 아이돌그룹을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의 특성상 신뢰감, 안정감, 인지도를 모두 갖춘 모델을 선호하던 은행이 왜 아이돌로 방향을 바꿨을까요?
은행들의 홍보모델 전략의 흐름과 효과를 살펴봅니다.
▲ KB국민은행의 홍보모델인 방탄소년단(사진 위)과 신한은행의 홍보모델인 워너원. |
◇ "2030 덕심 노려라"..아이돌 모델 섭외 1순위
최근에는 아이돌과 같이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모델이 은행업계에서 선호되는 모습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경우 좋아하는 인물이 모델일 경우 굿즈(그 인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상품군) 구입 등에 적극적이라 관련 상품 출시 이후 상품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아울러 젊은 세대의 경우 '충성고객군'이 많지 않아 새로운 고객 유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한국 최초로 미국 음반차트인 빌보드200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이하 BTS)과 지난해 10월 홍보모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광고영상에 BTS를 등장시켰고 이 영상은 18일 기준 796만4600여건이 재생되며 은행 알리기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이 영상은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조회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아이돌그룹으로 떠오른 BTS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쌓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1일에는 BTS와 콜라보레이션한 적금과 체크카드 상품을 내놨습니다. 이 상품들 역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KB국민은행의 설명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큰 인기를 모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워너원'과 지난 2월 모델계약을 체결한 이후 적극적으로 워너원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워너원과 콜라보레이션해 내놓은 '쏠딥드림' 체크카드는 출시 이후 10만좌가 넘게 발급됐습니다. 동시에 워너원을 내세워 홍보한 모바일 통합플랫폼 'SOL'도 출시 70여일만에 500만명이 가입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고등래퍼2'에서 스타덤에 오른 래퍼 '김하온'을 광고모델로 선정했습니다. 이후 김하온을 내세운 ‘청춘, 그 하나하나’ 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18일 기준 440만건 가량 조회되며 KEB하나은행 인지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아이돌 제국의아이들 출신 연기자인 박형식을, IBK기업은행은 배우 이정재를 홍보모델로 삼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 IBK기업은행 홍보모델로 활동했던 송해(사진 왼쪽)와 우리은행 홍보모델로 활동한 유재석. 사진=비즈니스 워치 |
◇ "은행은 보수적"..신뢰감·안정감·인지도 삼박자 갖춰야 했던 시절도
최근의 흐름과 달리 과거 은행들은 신뢰감, 안정감, 인지도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모델을 선호했습니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의 특성상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이 홍보모델에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은행의 주 고객층이 40~60대여서 이들 세대에 얼마나 인지도가 높느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개그맨 유재석, KEB하나은행은 배우 안성기, IBK 기업은행은 국민MC 송해를 홍보모델로 내세웠습니다.
당시 우리은행은 유재석을 홍보모델로 삼으면서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고 비슷한 시기 출시했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비톡' 등의 홍보에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5년간 송해를 주력 모델로 내세워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012년 기업은행의 광고에서 송해의 멘트인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는 멘트는 홍보효과뿐 아니라 예금잔액 증가 등 실제 수치로도 확인됐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2016년 모바일 플랫폼 'i-ONE 뱅크'광고에 송해가 랩을 소화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이 광고는 젊은세대에도 주목받으며 'i-ONE 뱅크' 홍보에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여전히 배우 안성기를 주력 모델로 삼으며 신뢰, 안정감을 심기 위한 광고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은행은 대표적으로 보수적인 업권인 만큼 파격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다. 신뢰와 안정이 중요했다"며 "최근과 달리 아이돌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은 스캔들 같은 일이 터졌을 경우 은행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고 만들었던 광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리스크가 있어 선호되지 않았던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런저런 사정으로 투입한 비용에 비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가 추진되기 이전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모델로 선정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모델료에 비해 효과가 작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정무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리서치회사의 광고 최초상기도(관련 업계 광고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가 다른 은행 광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NH농협은행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와 모델 계약을 한뒤 해당 선수의 실적에 따라 울고 웃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냈을때는 선수 이름이 들어간 적금이 완판되고 부상으로 성적이 부진하면서 계약이 종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