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전자와 애플이 7년간 진행해온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분쟁을 종료했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7년 분쟁은 '특허'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해준 대형 사건이었습니다.
특허권은 그 회사만의 '아이디어'나 '상품'을 일정기간 독점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떄문에 정보통신기술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특허권 확보와 특허권을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은행도 상품에 대해 특허권과 비슷한 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식을 듣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상품은 도긴 개긴'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 은행상품도 배타적사용권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이 신상품을 내놓을때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특허와는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금융사 상품에 대한 특허권은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이는 금융상품의 경우 디자인, 기술 등과 달리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 은행연합회 등의 심의를 통과하면 '배타적 사용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존 상품보다 독창성, 유용성 등이 인정되면 해당상품에 대해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독점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사에 배타적사용권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보험업계를 제외하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지적입니다.
◇ 은행들 배타적사용권 확보 미적지근 '세가지 이유'
지난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들이 획득한 배타적사용권은 33개입니다.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독점 판매권을 얻었습니다. 올해에도 9개 가량의 보험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은행업계에 배타적사용권이 도입된건 2001년 12월이지만 지금까지 신청건수는 29건, 사용권을 인정받은 것은 7건에 불과합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로 크게 세가지가 꼽힙니다.
먼저 은행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얻기까지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입니다.
은행이 상품을 개발하면 은행연합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업계, 소비자, 학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됩니다. 은행들은 심사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주장합니다.
은행 관계자는 "오랜시간 고민해 상품을 개발했는데 심의기간과 심의절차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배타적사용권 없이 일찍 시장에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은행상품 특성상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할만한 유용성과 독창성을 담기가 어렵다는 점이 꼽힙니다. 은행의 기본은 여수신 상품이어서 제휴사와 제휴를 통한 혜택, 우대금리 등을 제외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행이 '공공재' 라는 인식도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흡수·합병의 역사를 거치며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이때문에 '공공성'이 강조됩니다.
그렇다보니 상품을 독점판매 할 경우 비난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유독 공공성이 강조돼 한 은행이 독점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도 그 권리가 길지 않다는 점도 배타적 사용권을 굳이 활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 은행, 사업방식·핀테크 특허에 집중
은행들이 상품의 배타적사용권에는 관심이 적지만 사업방식(BM·Business Method) 특허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IT관련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금융의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에 대한 특허권 불허 사례입니다.
하나금융은 주력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을 중심으로 IT기술을 활용한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을 금융업계 최초로 내놨습니다. 하나금융은 '하나멤버스'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지만 특허청은 특허 승인을 거절했습니다.
KEB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가 특허로 등록됐다면 현재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통합멤버십서비스는 KEB하나은행만의 전유물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관련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5대은행이 최근 3년 사이 출원한 IT관련 특허만 해도 2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을 보다 IT기술 특허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특허권을 획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은행들도 IT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권 확보와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