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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밴 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 갈등 재점화

  • 2018.11.20(화) 15:59

신한 이어 롯데카드, 전표 직매입 비중 확대…밴 업계 반발
카드사 "수익악화로 비용절감 불가피"
밴 업계 "수수료 보전 약속 위반"

카드사와 밴(VAN) 대리점 사이의 수수료 갈등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최근 롯데카드가 밴 업계에 지급하는 전표 매입 수수료를 낮추면서 밴 대리점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있었던 신한카드와 밴 대리점 갈등이 롯데카드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롯데카드가 직매입 전환율을 기존 25%에서 50%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표 매입업무의 절반을 밴 업계를 거치지 않고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 롯데카드, 전표 직매입 확대…"수익악화에 비용절감 불가피"

밴사와 밴 대리점으로 이뤄진 밴 업계는 카드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주고 카드사용 승인 중계와 카드전표 매입 업무를 한다. 전통적인 결제대행업무 프로세스다.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지면 고객용, 가맹점용, 카드사용 총 3개의 전표가 나온다. 이중 카드사용 전표를 수거해 하루 치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인지를 확인한 뒤 이를 집계, 카드사에 입금할 금액을 청구하는 업무를 '매입' 업무라고 한다.

그동안 매입 업무는 카드사가 밴 업계에 위탁하고 이를 다시 밴사가 밴 대리점에 위탁해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카드사는 건당 20원가량의 수수료를 밴 업계에 지급해왔다.

그런데 이 과정이 전자문서화 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 매입 관련 업무를 전자문서를 통해 처리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전표는 고객용 전표 한장만 출력하고 나머지는 전자문서를 통해 처리하는 가맹점도 늘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는 전자문서를 통해 매입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이를 모두 밴 업계가 처리하도록 했다. 매입수수료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밴 업계에 지급해왔다.

하지만 데이터캡처(Data Capture) 기술을 통해 전자문서 매입업무를 처리하면 가맹점과 카드사가 직접 연결된다. 이를 처리해주는 위탁업체는 매입 수수료를 건당 7~8원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밴 업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전자문서를 활용해 매입업무를 처리해주는 위탁업체를 이용하면 업계 전체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의 밴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카드사들은 특히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비용절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 밴 업계 "수수료 보전 약속 위반"


롯데카드도 매입 업무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부터 관련업체인 '케이알시스'와 계약을 맺고 전표 직매입 비중을 기존 25%에서 50% 수준까지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이같은 조치가 이미 밴 업계에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밴 업계는 롯데카드의 직매입 확대가 수익 보전 합의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밴 업계는 무서명 거래가 늘면서 종이전표 관련 수수료가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2016년 '무서명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밴 업계의 수수료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게 밴 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계속되면서 카드사들이 수익악화에 봉착하자 비용절감을 위해 밴 업계에 주는 수수료 절감에 나서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신한카드가 '케이알시스'와 계약을 맺고 전표 직매입을 추진하다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업무협약을 위반했다"며 신한카드 신규가맹점 모집업무를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결국 신한카드는 전표 직매입을 보류하고 한발 물러섰다. 당시 신한카드와 함께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도 전표 직매입을 확대하려다가 밴 대리점업계 반발에 잠시 뒤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밴 업계는 롯데카드와 매입수수료 문제를 두고 막판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매입수수료 계약은 카드사와 밴사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밴사로부터 재위탁받은 밴 대리점이 우리에게 직접 매입수수료를 요구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밴 대리점 관계자는 "카드사가 밴사를 내세워 우리와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며 "롯데카드가 매입업무 직매입 확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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