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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노트]"자산관리를 넘어 이제는 가문관리"

  • 2019.04.05(금) 10:00

홍동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수석 인터뷰
"패밀리오피스는 고객과 가족의 종합 자산관리 역할"
"세금과 증여 관심도 차이 커..재테크는 달러 관심 높아"

부자들은 어떤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릴까. 그들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들은 어떤 투자철학을 갖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지만 그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볼 기회는 적다. 그래서 우회해보기로 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금융, 부동산, 세금 전문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자산가들에 대해 살짝 귀동냥을 해보기로 했다.[편집자]

절세, 부동산, 법률지식, 투자, 회계 등과 관련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책이나 미디어 뿐 아니라 수많은 채널을 통해 누구든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꼭 맞는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부유층 자산가들이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찾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 전문가들도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해결책을 내놓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오히려 최종 의사결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초부유층 자산가(초고자산가)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 뿐 아니라 이들 의견을 조율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채널을 찾고자 했고 이런 요구 속에 탄생한 것이 바로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다.

은행, 증권, 부동산, 보험, 세무, 회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보험업을 태생으로 한 만큼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둔다.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키고 관리하기 원하는 초부유층의 니즈(needs)와 맞아 떨어졌다.

2012년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가 오픈한 때부터 합류한 초기멤버이자 현재까지 초부유층 고객들과 만나 소통하고 있는 패밀리오피스 홍동우 수석을 만났다.

홍동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수석

- 패밀리오피스는 어떤 곳인가
▲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는 '한 가문의 자산관리를 위해 설립된 사무실'이란 의미로, 과거 유럽 왕가나 귀족가문의 자산을 도맡아 관리했던 집사들의 노하우를 현대 부유층의 자산관리에 적용한 모델이다. 

단순히 '투자수익'을 내기 위한 컨설턴트 역할이 아닌 종합 가문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상품' 중심이 아닌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로울 것 같다. 패밀리오피스의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총 자산 200억원,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재정적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금융자산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가문의 무형적 자산까지 포괄하는 헤리티지 플래닝(Heritage Planning)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하면서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현재 고객 전체의 70% 이상이 법인 CEO들이다. 부동산 등 일반자산과 달리 회사 경영의 경우 유기적인 모습을 가진데다 경영승계에 대한 부분들이 복잡하고 단기간에 할 수 없는 부분들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5~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시기별로 필요한 부분들을 맞춰 나가고 있다. 

- 법인이라면 회사 재무팀이 담당할 수도 있을 듯 한데 패밀리오피스를 찾는 이유는
▲ 오너가 있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재무관련 결정이 오너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가게 된다.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너의 생각을 아는 직원들이 이와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재무분석을 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발생하게 된다.

또 일부는 직원이 퇴사하면서 경영상 주요 재무 정보들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보안적인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외부에 개별 전문가를 둔다고 해도 앞서 말했듯 해당 분야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종합적인 결론을 내기 어려울 때도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객관적인 시선에서 종합적인 재무 컨설팅이 가능하고 정보를 외부 유출하는 등의 보안 문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패밀리오피스의 기능이 '개별 능력이 뛰어난 음악가(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인 만큼 고객에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문가들과 함께 컨설팅을 제공할 때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회계용어 등을 쉽게 풀어 중간중간 고객의 눈높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해 정보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객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찾는 이유다.

- 전문가와 고객은 어느 정도인가 
▲ 2012년에 시작해 이제 만 7년이 지났다. 작년 기준으로 패밀리오피스 전체 고객은 1000명(가족 포함) 정도로 1분기가 지났으니 이보다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서(Famill Officer) 즉 FO들은 11명 정도다. 부동산 자문, 세무 자문, 투자 자문 등 함께하는 전문가들을 추가할 경우 총 21명 정도다. 

한명의 FO가 관리하는 고객은 100여명 정도다. 이중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만나는 고객들은 50명 정도다. 고객의 가족까지 관리하는 '가문관리'를 하기 때문에 가족까지 합하면 전체 관리 고객은 3~4배 정도 늘어난다.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여러 금융사를 찾아가 관리해야할 일들을 FO들이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 지점장과 고객의 미팅이 잡혀있을 때 동행하거나 이를 대리하는 경우들도 있다. 고객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 자산가들은 본인의 자산관리에 더 철저하고 꼼꼼하다고 들었는데 FO들에게 맡기는 이유는 
▲ 물론 굉장히 꼼꼼한 분들이 많다. 금융관련 지식도 높다. 오히려 신중하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금융사 직원과 대면했을 때 투자나 자산변동을 바로 결정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때문에 결정을 돌이킬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혹은 제 3자의 검증을 통해 충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 같은 요청을 한다. 

우리는 '고객의 니즈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의존도가 높다. 오픈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고객인분들도 많고 한번 고객이 되면 장기간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홍동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수석

- 지난해 4월 부산에도 패밀리오피스가 오픈했다. 서울과 차이점이 있나
▲ 부산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부산에도 동일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있지만 최근 부산, 울산, 창원, 거제 등 주변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 자리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들은 성향이 조금 차이가 있다. 서울의 자산가 대부분이 부모, 혹은 조부모를 통해 부를 물려받은 2, 3세대 자산가인 반면 부산은 자수성가를 통해 성공한 1세대 CEO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경우 세금, 증여 문제에 가장 민감한 만큼 더 빠른 준비를 하는데, 부산은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아직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은 덜하다.

- 두 지역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 직·간접적 경험의 차이로 보인다. 대부분 증여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발생하는데 자산의 절반 가까이 세금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단순히 법인의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회사를 그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주위 여러 자산가들의 사례를 보고 듣게 된다. 때문에 한발 앞서 되도록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다. 서울의 경우 세법에 대한 관심도도 상당히 높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직·간접 경험이 적은 부산의 경우 고민은 하지만 아직은 혼란기로 보인다. 자수성가한 1세대인 만큼 자녀들도 스스로 일어나는게 맞다는 생각으로 굳이 일찍 증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 2년 후면 니즈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 미리 준비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큰 차이가 있나
▲ 자산가들이 미리 승계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법은 계속해서 변하고 변화의 방향은 '이전에 혜택을 받던 부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산을 분리, 분산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아 누진세로 더 큰 세금을 내거나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세법을 활용해야 하는데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업승계는 방학숙제 일기와 비슷하다. 미리 하루하루 숙제를 한 사람과 방학 마지막날 몰아서 일기를 쓴 사람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날 몰아쓴 일기는 내용도 부실하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홍동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수석

- 최근 고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 고객의 관심은 달러에 있다. 국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자산을 달러표시채로 사기도 한다. 달러예금 자체는 이자가 높지 않지만 미국 국채 등 달러자산을 통해 한국이 위기일때 부동산 자산이 하락하는 것을 환헷지를 통해 충당할수도 있고 반대로 원화로 바꿔 가격이 떨어진 자산들을 싸게 사거나 저평가된 자산을 지킬 수도 있다.

달러를 단순히 투자 대상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대체재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높은 만큼 사모형펀드 등에도 관심이 높다.

- 과거와 비해 고객들이 달라진 점이 있나
▲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부유층 일부는 대접받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일대에는 워낙 부유층이 많다보니 일반적인 자산가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자산이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일부 고객들은 VIP 대접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FO들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 정보를 나누고 돕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정보와 자산을 교환하는 것이다.

특히 패밀리오피스는 자산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일들도 공유하면서 고객이 본인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기를 원한다. 고객들의 새로운 요구는 FO들에게 숙제이지만 숙제를 하면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우리는 조율자 역할이다. 소속 세무사 가운데 국세청 출신도 있고 일반 세무사도 있다. 한명은 세금을 걷는 사람의 입장, 한명은 세금을 줄이는 방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본다. 둘의 입장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해당 분야에서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로 조직돼 계속해서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

나도 CFP(국제 공인 재무설계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파생상품펀드, 부동산펀드 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한사람의 입장에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더 넓은 시각에서 고객들의 니즈를 찾는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디에서 빠른 답을 얻을 수 있는지도 안다. 이 노하우들은 새로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알려줄 수 있다.

우리는 고객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에 우선을 두고 초부유층 자산가들은 가업승계, 부의 이전을 가장 궁금해 한다. 우리는 고객들의 히스토리를 이어간다. 단순히 자산을 양적 정보로만 보지 않고 자녀의 나이, 성향 그리고 다른 영역들과 연계해 관리한다.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문관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객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부를 이룬 자산관리 노하우, 부를 지키고 성공한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다. 고객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식과 배움을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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