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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보험사업비 개선안②수수료 분급 필요성과 우려

  • 2019.04.22(월) 13:34

현재 설계사 수수료 첫해 대부분 지급
불완전판매·자기계약·계약후 관리부실 등 문제
첫해 총수수료 50%로 제한 등 추진..GA 등 부작용 우려도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보험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보험 사업비와 수수료 개선안'입니다. 최근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비 과다지출로 인한 보험료 상승, 불완전판매, 경유·승환계약, 철새설계사, 고아계약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1년여 고심 끝에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개선안의 핵심은 '표준해약공제액에 대한 개선'과 '수수료 분급화'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보험은 흔히 '푸시(push)상품'이라고 합니다. 가입자가 스스로 필요에 의해 직접 찾아서 가입하기보다는 옆에서 계속 필요성을 환기시켜 가입을 유도하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설계사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보험료에 포함되는 사업비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계약체결의 대가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수료입니다. 모집수수료는 가입한 보험의 계약기간이 10~20년이라도 1~2년 안에 대부분을 지급하는 '선지급'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업계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왔습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이 상품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선지급 수수료 경쟁에 나서고, 설계사들은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보다는 높은 수수료가 붙은 상품을 팔게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아닌 만큼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나기도 하고 경유·승환·자기계약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수료나 선지급을 더 많이 주는 보험사나 법인대리점(GA)으로 설계사들이 이동하면서 철새설계사가 발생하고 가입자가 계약 후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 문제도 생겨났습니다.

과도한 수수료 경쟁은 사업비를 증가시켜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수수료 선지급은 보험료를 비롯해 보험판매채널, 계약관리 등 보험업 전반의 문제들이 얽혀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수료 분급은 이같은 선지급 구조를 몇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수수료 분급 노력은 지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몇차례 선지급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업계 전체가 공감하고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칫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갑자기 수수료 분급을 시행할 경우 보험설계사들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개선안에는 '설계사가 1년간 수령하는 수수료를 연(年)납입보험료 이하로 조정'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첫해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전체의 50% 이하로, 첫회 받는 지급수수료는 전체의 25% 이하로 조정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미국(뉴욕),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첫해 수수료를 50% 이하로 지급하고 이후 3년간 균등하게 나눠받는 구조입니다. 반면 국내 손보사들은 현재 첫해에 90%, 2차년도에 10%의 모집수수료를 지급하고, 생보는 첫해 70%, 2차년도에 20%, 3차년도에 10% 순으로 첫해에 수수료 대부분을 몰아주고 있어 이를 해외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입니다.

보장성보험의 모집수수료는 월 납입보험료의 1200%에 현금 및 물품시책(인센티브) 등을 더해 많게는 계약건당 1400~1600%까지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왔습니다. 월 10만원짜리 보험을 팔면 140만~16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이중 120만원 정도를 계약 첫해 혹은 첫달에 지급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축소할 경우 보험사가 과도하게 당겨 사용했던 사업비가 줄어 그만큼 보험료 인하여력이 생긴다는 게 당국과 학계의 분석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첫해 수수료를 50% 수준으로 낮출 경우 첫해 받는 수수료는 600~700% 수준으로 낮아져 그동안 설계사들이 받았던 수익이 절반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 분급에 대한 필요성이 오랫동안 지적돼 왔고 당장이라도 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형 GA(보험 법인대리점)들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수수료총량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형 GA 한 관계자는 "수수료 분급은 장기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등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수수료총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급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GA의 내부통제, 고객서비스 개선 등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GA에 제공되는 수수료에는 전속설계사에게 제공되는 임차비, 시스템제공, 복리후생 등 간접비를 제하고 지급된다"며 "이같은 운용비용을 감안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GA업계는 이같은 비용이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30~35% 정도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동우 보험대리점협회 전무는 "GA나 보험사의 영업대리점 운영시스템은 동일한데 전속설계사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모두 지원받고 GA는 수수료만 받고 있어 이중 운영비용으로만 전체 수수료의 35% 정도가 지출된다"며 "전속설계사와 GA설계사가 똑같이 수수료를 받는다면 (GA가 받는 수수료가 낮아져) 불공정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GA업계의 반발에 당국은 실제 GA운영비를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운영비 등을 생각 않고 GA 수수료를 무조건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시책이라는 이름으로 명시적이지 않은 계약관계나 과다한 사업비, 선지급으로 승환·경유계약 등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GA의 유지관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찬찬히 따져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분급으로 수수료총액이 오히려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생·손보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분급이나 사업비 개선 적용은 맞지 않는다"며 "초년도 지급액을 1200%까지 제한하고 3년 이상 분급을 의무화 할 경우 초년도 상한을 최대 지급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총액도 늘어나 오히려 부담이 커져 수익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부 대형 GA의 경우 자체적으로 선지급을 운영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설계사 이탈이나 실질적인 분급화 효과가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박사는 "GA 자체 선지급에 대한 제지가 되지 않는다면 규제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제도(룰)를 지키는 쪽이 불리해질 수 있다"며 "같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수료 분급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핀셋] 다음 편에서는 개선안의 실효성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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