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위임장 서비스'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신한은행은 이번 위임장 서비스를 소매금융(리테일금융) 고객에 한해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앞으로 기업금융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점을 찾지 않고 모바일로 기업금융 업무를 볼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쏠 위임장' 서비스는 대리인을 통한 업무처리를 원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서비스다.
그간 업무처리 당사자가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인감도장을 날인한 위임장을 작성한 뒤 대리인이 위임장과 위임자의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을 지참해 영업점을 찾았다.
예컨대 해외에 거주하는 주재원이나 유학생이 국내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선 국내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업무를 위임한다는 확인을 영사관에서 받아야 했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신한은행은 모바일 위임장 서비스를 기획했다.
모바일 위임장 서비스는 모바일 뱅킹 '쏠(SOL)'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쏠에서 위임 내용을 작성한 후 공인인증 전자서명하면 된다. 이후 대리인은 위임장 접수 메시지를 받은 후 관련 서류를 지참해 영업점에 방문하면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임전 공인인증서를 통해 전자서명을 하기 때문에 공증의 효과가 있다"며 "은행 영업점을 찾아 은행 업무를 봐야 하지만 찾지 못하는 고객 들의 불편함을 덜어 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우선 ▲통장 재발행‧인감변경 ▲미성년 자녀 계좌해지 ▲거래내역서 발급 ▲사망자 예금계좌의 상속‧해지 업무 등 소매금융에 대해 이 서비스를 우선 도입한다.
그간 은행업계는 공인인증서 등 고객의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은 절차등을 간편화 하는데 집중했다.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이 공인인증서가 필요없이 6자리 핀번호 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사설 인증방식을 내놓은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목할 점은 이 방식은 소매금융(리테일 금융) 고객에 한정됐다는 점이다.
반면 신한은행이 내놓은 모바일 위임장 서비스는 리테일 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지만 향후 기업금융 고객들로 까지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업계에선 기업금융의 비대면화를 가속화 하는 초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법인 기업 등은 법인 인감증명서, 법인 등기부등본, 대표자 신분증 사본 등의 서류를 갖추고 은행 업무를 봐야했다. 기업금융 전용 인터넷뱅킹이 있긴 하지만 관련 업무 시 필요한 구비서류가 많다 보니 기업의 재무 담당자들의 영업점 방문이 잦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기업금융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기업금융의 경우 대표자가 대리인을 내세워 은행업무를 봐야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다. 따라서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거래하려면 대리인이 아닌 기업의 대표가 직접 실명인증 후 업무를 봐야 한다. 대리인이 위임받은 서류를 가지고 있어도 모바일 뱅킹만으로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RM(Relationship Manager)은 "상당히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신한은행의 모바일 위임장이 기업금융 거래자까지 확대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업무를 보는 것이 한 층 더 수월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등을 통해 전자 문서의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쉬워지는 가운데 향후 다른 문서까지 전자화가 가능하다면 결국 기업금융도 모바일이 메인 채널로 확대될 것"이라며 "기업금융이 모바일로 가는 데 초석을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체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재무팀장은 "모바일을 통해 위임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재무팀이 은행을 방문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번 위임장 서비스가 향후 법인 등으로 확대되고 다른 서류 등도 인증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업무를 보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에는 개인처럼 법인도 모바일을 통해 대다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역시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향후 사용 방안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법인 등 기업금융 고객에 적용하려면 실제 법인의 대표가 위임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다"면서도 "개인 고객에 비해 더욱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야 기업금융 고객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