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가 높은 사고보다 경미한 사고에서 치료비가 높게 나와 보험금 누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경미사고에 대한 합리적 진료수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5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전체 교통사고 환자의 62%를 차지한다. 3주 미만의 경상자를 포함할 경우 전체 교통사고 환자의 95%가 경상자에 속한다.
이처럼 교통사고 환자의 경상화에도 불구하고 경상자에 해당하는 자동차 사고급수 12~14급의 1인당 병원치료비는 2018년(추정치)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1~11급이 3.3% 증가한데 비해 약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국회 대강당에서 열린 '경미사고 대인배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12~14급 경상환자의 병원치료비 및 향후치료비 증가가 전체 대인배상 치료비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상환자의 1인당 치료비 증가로 대인보험금이 증가하고, 경상환자의 경우 동일 손상심도 및 상해등급 내에서도 양한방 중 어떤 진료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환자간 대인배상보험금 격차가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범퍼 경미손상사고에서 지급된 환자 간 치료비 격차가 적게는 32만원에서 많게는 210만원까지 최대 6배까지 벌어졌다. 이는 양·한방 진료를 선택한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위원은 "경미사고 환자에 대한 진료수가기준 및 양·한방 병행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동일 손상심도 및 상해등급 내 환자가 양·한방 선택에 따라 대인배상금이 달라진다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진료가 종료된 후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진료기록 열람이 가능해 진료의 정당성, 적정성 판단에 대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진료기록 열람가능 시점을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지급보증을 통지한 때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부상정도가 낮은 환자에 한해 추가진료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규현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의 '경미손상 수리기준 3유형' 이하의 사고 충격은 고속버스 탑승 등 일상생활에서 받는 충격수준과 유사해 탑승자 상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독일,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교통사고 부상여부 판단에 공학적 접근을 인정하고 있어 국내에도 이를 활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경미사고에 대한 정비수가 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을 통해 근거기준 마련이 필요한데다 피해자의 치료권이나 진료권 제약 등의 반대급부가 생길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추진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윤종빈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팀장은 "경미사고는 과잉, 허위진료 문제가 있고 이에 따라 지급된 보험금이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불합리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개인마다 느끼는 고통과 피해 정도가 달라 반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진료권 제약,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동일한 심도의 사고에서 누구는 30만원, 누구는 200만원을 받는다면 보험전체의 신뢰도와 형평성을 훼손하는 부분으로 비칠수 있다"며 "대인배상 경미사고에 대한 제도개선은 반드시 필요한데,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