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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비싸게 '우리'는 싸게…카드사 몸값 다른 이유

  • 2019.08.27(화) 15:27

우리금융지주, 우리카드 장부가보다 싸게 인수
우리은행-MBK컨소시엄, 롯데카드 비싸게 인수
롯데카드, 경영권프리미엄·롯데계열사와 시너지 등 반영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카드를 완전 자회사 편입하는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장부가보다 700억원 이상 싼 가격에 책정했다.

반면에 앞서 지난 5월 우리은행이 참여한 롯데카드 인수전에서는 롯데카드 몸값이 장부가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카드사 인수·합병(M&A)에서 가격 산정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두 M&A의 배경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다른 경쟁자가 없는 구조의 M&A라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힘들고, 롯데카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이뤄진 딜이라 몸값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 우리카드 몸값, 경영권 프리미엄 없고 업황 반영하고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9월3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카드 인수에 따른 주식교환계약을 승인할 예정이다. 인수 시기는 같은 달 10일이며 인수에 따른 신주 상장은 26일이다.

인수 대상은 우리은행이 가진 우리카드 지분 100%며, 방식은 현금과 포괄적 주식교환이 모두 쓰인다.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발행주식을 신설되는 지주회사로 이전하고 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들은 신설되는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현금 5984억원과 우리금융지주 신주 4210만3377주를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카드 주식의 주당 가격은 6676원이며, 이를 인수하고 우리금융지주가 발행할 신주가격은 1주당 1만4212원으로 책정됐다. 주식교환비율은 1:0.4697442이다.

우리카드 발행주식 총수에 주당 가격을 곱하면 약 1조1968억원이다. 이 가격이 우리금융의 우리카드 인수가격이다.

이는 우리카드 장부가보다 774억원가량 낮다.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가진 우리카드 장부가는 1조2742억원이다.

인수가가 장부가보다 낮게 책정된 데에는 우리카드 매각이 지주사 내의 내부거래다보니 경영권 프리미엄이 매각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교환가액만 산출해 M&A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최근 카드업의 수익성 악화가 반영됐다.

이번 매각에 참여한 삼일회계법인은 "70% 수준에 달하는 카드 결제 비율에 따라 향후 카드업의 성장이 제한될 것", "이종업종의 지불결제시장 진출도 카드업의 추가 성장에 불리한 여건",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 등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며 우리카드 인수가격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아쉬운 딜이다.

우리카드를 최초 설립할 때는 자산 5조7320억원에 연간 순익 891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우리카드 자산규모는 9조9831억원에 순익규모는 127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장부가보다 싸게 지주사로 회사를 넘기는 것이다.

또 우리카드 매각으로 받은 우리금융지주의 신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계속해서 보유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버행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이미 한차례 우리은행이 가진 우리금융지주 1834만주가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됐고 1년도 되지않아 대규모 지분이 한차례 더 시장에 풀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에서 지분을 매각하기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이같은 오버행 우려때문에 우리카드를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을 높게 쳐주면 그만큼 신주를 더 발행해야 하고 이는 오버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롯데카드 몸값, 경영권·점유율·시너지 반영

우리은행은 우리카드를 싸게 팔아야 하지만 롯데카드는 비싸게 사와야 한다.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약 60%는 MBK파트너스가, 20%가량을 우리은행이 가져간다.

컨소시엄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가격은 장부가보다 비싸다.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를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기 전인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롯데카드 지분 93.78%의 장부가액은 1조원 수준이다. 인수가격이 장부가보다 3000억원 이상 비싼 것이다.

롯데카드 지분 100% 가격은 1조7300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0.8배 수준이다. 상장사이면서 카드업계 2위 삼성카드 PBR은 0.5배 수준이다.

롯데카드 인수 때나 우리카드 매각 때나 카드업에 대한 전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두 회사의 값어치는 다르게 매겨졌다. 이같은 차이는 두 M&A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인수전은 지주사에 팔리는 우리카드와 달리 그룹 외부로 매각되는 전형적인 M&A였다. 우리카드와는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도 매각가격에 반영됐다.

인수 경쟁도 치열했다. 중소형 카드사들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상위권 카드사로 도약이 가능하다. 또 롯데계열사와 시너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에만 하나금융그룹과 한화그룹,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한앤컴퍼니가 1조4400억원을 베팅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송사에 휘말리면서 딜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승자가 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우리카드를 떼어낸 우리은행 입장에서 롯데카드 지분은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향후 MBK파트너스가 가진 롯데카드 나머지 지분을 사들인 뒤 우리카드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 몸값을 후하게 매겨준 것을 두고 향후 시너지를 위한 투자로 보는 이유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싸게 팔린 롯데카드가 더 좋은 회사고 우리카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며 "M&A 목적과 내용이 달라 결국 두 회사의 몸값 책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회사 모두 중소형사로서 점유율 확보가 향후 생존의 큰 관건"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한 성장전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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