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장에서]판 흔드는 토스-실익 챙기는 카카오페이

  • 2019.11.13(수) 15:42

유니콘기업 토스-대기업 카카오, 미묘한 입장차
토스 "개인정보유출 벌금 대폭 인상" 파격 제안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조회 수수료 어찌될 지 관심"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전환기의 금융혁신과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선 교수, 금융당국자와 함께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경영진도 나왔다. 신용석 비바리퍼블리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예자선 카카오페이 법무이사다.

혁신금융의 상징으로 불리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카카오를 대표해서 나온 두 사람의 목소리는 달랐다. 토스의 신용석 CISO는 도발적인 제안으로 판을 흔들려했다면, 카카오페이의 예자선 이사는 디테일한 질문으로 실익을 챙기려는 모습이었다.

신용석 CISO는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5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영국항공은 2700억원을 과징금으로 낸 반면 국내에서 10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기업은 45억원만의 벌금을 냈다는 예를 들었다. "개인정보 유출사고 책임은 기업이 망할 수준으로 돼야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예자선 이사는 "기업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이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와 현실적으로 사고와 허위신고를 어떻게 구별할지 입증책임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은 개인정보유출 등 사고에 대해 금융사가 무과실 책임을 진다. 하지만 소비자 과실이 있는 경우 금융사는 면책을 받아 소비자가 배상을 받는 것은 아주 드물다. 이 가운데 앞으로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해 금융정보가 개방되면 문제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예자선 이사는 피해자도 모르게 피해자 가족이 일으킨 금융결제사고 예를 들었다. 그는 "자기 매체(휴대폰 등) 접근 관리에 대해서도 무과실 책임이라는 건지, 최소한 핸드폰 비밀번호는 남이 완전히 쓰지 못하도록 기본 책임은 (개인에)있는 것인지 기업의 '무과실 책임'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개선에 대해서도 두 사람 주장의 강도는 달랐다.

신용석 CISO는 개인정보유출 벌금을 대폭 상향하되 망분리에 대한 규제개선을 요구했다. 2013년 사이버테러를 계기로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는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규제가 도입됐는데 금융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신 CISO는 "망분리 문제 해소는 더 빠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핀테크에 절실한 문제"라며 "전세계적으로 안보와 국방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망분리를 강제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회사는 뛰는데 국내 기업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예 이사는 "망분리 문제는 안전이 중요한가 효율이 중요한가의 대립적인 관계는 아니다"고 디테일한 접근법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당연히 고객정보를 따로 보관하고 암호화해야 한다"면서도 "금융업에 진출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요구하는 망 분리는 딱 두가지 경우"라고 전했다. 고객정보업무와 상관없는 직원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지와 개발자가 인터넷에서 소스코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지다.

예자선 이사는 "전문적인 영역이라 디테일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금융보안원 등에서 세부적 인 것을 심사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자선 이사는 최근 오픈뱅킹과 함께 '데이터 3법' 이후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사업)이 생기면, 한 건당 조회비용이 얼마일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오픈뱅킹에서 잔액과 거래내역 조회할때 한 건당 30원 수준의 비용을 금융사에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 건당 30원씩 내고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는 금융분야 곳곳에서 경쟁하고 있다. 2015년 출시된 토스가 국내 간편송금 시장을 개척·선도했고 카카오페이는 추격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출범한 뒤 금융혁신을 이끌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하며 카카오뱅크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4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기업 비바리퍼블리카와 올해 처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된 대기업 카카오의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다만 기존 판을 흔들려는 유니콘기업과 금융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대기업의 대결이 흥미진진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