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닷새전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한 50조원의 비상금융 조치를 확대해 100조원을 기업을 위한 긴급구호자금으로 투입한다. 코로나19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원대상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까지 확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본관에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문을 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금조달만 가능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58조3000억원으로 늘리고 회사채·단기자금·주식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41조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초기 단계에 과감한 자금지원으로 불안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는 1차 회의 때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29조2000억원에 더해 추가로 29조1000억원을 긴급경영자금, 보증확대 용도로 투입한다. 경기위축과 수출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대상이며, 필요시 대기업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총 20조원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갑절로 늘어난 규모다. 펀드가 요청하면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자금을 대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돈을 모아 회사채·금융채·우량기업 기업어음(CP) 등을 인수하는 구조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늘 오후 출자 금융회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3조원 규모의 1차 캐피탈콜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4월 초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채권매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시행한다.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만기도래채권을 사들여 유동성 위기를 넘기도록 하는 제도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처음 시행된 제도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항공업 등이 지원대상이 될 전망이다. 신속인수제에 투입하는 금액은 2조2000억원이다.
아울러 CP시장 금리가 뛰는 등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7조원을 투입한다. 전날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로 유동성을 공급한 것도 단기자금시장 안정조치의 일환이다.
주가급락에 대응해선 총 10조7000억원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돈을 모아 코스피200 등 지수상품에 투자하는 구조다. 1차 규모는 3조원 내외로 조성되며 내달 초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될 예정이다.
은 위원장은 "정부는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타개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으며, 충분한 수단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하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