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출범 이후 첫 배당을 실시한다. 다만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에 대해서만 배당한다. 지난해 우선주 증자를 통해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에서 1200억원을 수혈한 페퍼저축은행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페퍼저축은행은 2019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우선주 1주당 2541원씩 총 10억원가량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배당금 지급 배경으로는 당기순이익 증가를 들었다. 페퍼저축은행의 배당은 2013년 10월 호주 PSB투자그룹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우선주 전량은 '파인트리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804'라는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 사모펀드는 작년 9월말 페퍼저축은행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선주 40만주를 800억원에 매입했다. 액면가 5000원에 4000% 할증율을 적용해 주당 20만원씩이다.
해당 사모펀드는 올 3월에도 페퍼저축은행이 신규 발행한 우선주 20만주를 주당 20만원에 총 400억원을 들여 추가 매입했다. 현재까지 투입한 금액은 총 1200억원이다. 저축은행 중에는 OK저축은행이 2016년 유상증자 당시 3900% 할증율을 적용한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사업을 확대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회사 자산규모가 업계 4위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내부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증시 상장 계획이 거론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3년 호주 PSB투자그룹 편입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사업을 확대해왔다. 작년말 현재 자산총액은 3조3171억원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에 네 번째로 큰 규모다.
3년 전인 2017년말 자산총액이 1조7125억원으로 업계 10위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빠른 성장세다. 작년말 대출 잔액은 2조7265억원으로 2017년 말에 비해 1조2000억원가량 증가했고 같은기간 예금 잔액은 2조9380억원으로 1조3500억원 늘었다. 작년 순이익은 133억원으로 전년대비 55.4% 증가했다.
이같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연체율이 담보대출 연체율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 때문에 올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한 페퍼저축은행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면 앞으로 있을 소형사 인수나 영업 확대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