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 대출목표를 10조원 늘렸습니다. 위기가 진정되면 기업은행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뚜벅뚜벅 '뱅커'의 길을 걷고 있다. 36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올해 1월초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그는 노조의 문전박대로 한달 가까이 은행 밖을 떠돌다가 취임식 이후에는 코로나19 수습을 위해 날마다 현장을 찾는 등 100일째 야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지역 영업점을 찾았다. 윤 행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우리 직원들을 격려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공직에 있을 땐 피부로 닿지 않던 현장의 어려움이 뱅커 윤 행장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서두르지 않고 직원들과 지혜를 모아 차근차근 IBK의 발전과 비전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 행장은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봤다.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여신건전성 악화, 순이자마진 하락 등 경영부담이 가중되겠지만 위기 속에서 성장의 씨앗이 싹을 틔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행장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목표를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확대했다"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IBK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과거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소방수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는 중소기업 대출과 별도로 소상공인에게 초저금리 특별대출로 5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1조2000억원에서 5배 가까이 증액한 금액이다.
그는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면 금융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며 "지금은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이 신용위기로 증폭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차단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선 "대규모 출자가 있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IBK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며 "이번 사태를 잘 대응한다면 주가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바뀐 영업환경을 고려해 직원들에게 적용하는 핵심성과지표(KPI)도 조정할 예정이다.
윤 행장은 "대면영업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3월 중순 13개 지표를 중심으로 목표를 감축했다"며 "추가적인 KPI 조정을 위해 직원의견을 수렴하고 노조와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채용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윤 행장은 "최근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을 감안하여 상반기 채용규모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신입행원 정규직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명 늘어난 250명, 청년인턴은 300명을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