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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라스트 원마일'이 아쉽다

  • 2020.04.28(화) 15:32

신속한 정책 결정 호평-실행 과정서 삐걱
훌륭한 서비스도 고객에 닿지 않으면 실패
전국민 지급때 참고해서 꼼꼼한 실행계획 필요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생명은 신속성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숨통을 한시라도 빨리 트이게 하는 게 관건이다. 경기도의 빠른 행보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이달 9일 온라인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지급 채널도 지역화폐카드와 신용카드, 선불카드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민 반응은 칭찬 일색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이달초부터 재난소득 신청이 한꺼번에 일제히 몰리면서 행정업무에 과부하가 걸렸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경기도가 놓친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실망의 목소리도 많았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지역화폐카드로 재난소득을 지급받는 경우다. 현재 지역화폐카드 발급을 대행하고 있는 코나아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신청한지 보름이 넘도록 카드를 못받고 있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는 "한달이 다 돼 가지만 아무런 피드백도 없고 연락도 없고 짜증이 난다"는 반응부터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발급이 늦어) 더 힘들다", "주민신뢰는 이미 무너졌다"는 탄식까지 다양하다. "지연과 관련한 청원을 올렸으니 동참해 달라"는 호소도 눈에 띈다.

코나아이는 유심칩과 IC칩 제조에 주력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자기 돈을 내고 플랫폼 앱을 개발해 소정의 운영비와 가맹점수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2018년 11월 경기도 지역화폐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시장개척을 위해 뛰어들었다는 전언이다.

경기도 재난소득 지급이 결정되고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기존 지역화폐사업자인 코나아이에 일을 맡겼다. 하지만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무엇보다 지역마다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참이 지나도 카드가 나오지 않자 도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카드 발급이 너무 늦다는 민원을 받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불만이 제기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온라인에 등록한 후 사용하면 전체 결제액에서 재난소득 지출분이 정산된다. 재난소득을 쓸 수 있는 가게로 알고 결제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지 않은 곳이었다면 결국 자기 돈으로 정산해야 한다.

재난소득 사용 가능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카드결제 후에 정산 메시지를 받아보는 것이다. 문제는 카드사 형편이 제각각이라 서비스 내용도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재난소득을 써도 결제 때마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있고 수일 후에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카드사 불만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상태라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수수료 수익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재난소득 지급 사업에 참여하려면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사업으로 버는 돈은 적기 때문에 카드사가 느끼는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경기도가 계약 과정에서 '재난소득 사용액과 잔액 정보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5영업일 이내에 최소 한통 이상 보내라'는 조건을 부여하고 카드사에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네트워크가 대로변에 깔린다고 하더라도 정작 내집 앞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말짱도루묵인 것처럼 서비스는 이용자 집앞까지의 짧은 거리가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할 때 쓴다. 여기서 네트워크를 정책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최근 당정은 전국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경기도 재난소득 정책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타산지석 삼아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 실행오류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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