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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요원한 수요층의 세대교체

  • 2020.08.11(화) 13:55

작년까지 2030세대를 논할 때 빠지지 않던 단어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미래에 대한 대비보다는 현재 즐거움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로 인해 보험 산업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가중되었다. 비혼(非婚)을 선언하고 혼인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남겨진 자녀', '가장의 책임' 등의 말로 제안되었던 사망보장의 후퇴가 발생했다. 실제 전체 세대구성 중 1위가 1인 가구이기에 사망 후 남겨질 가족이 없다.

또한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전제로 현재 소비를 강요하는 금융 상품이다. 따라서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보험 가입은 불필요한 일로 간주되기 쉽다. 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납부되는 보험료는 평균 20년 내외의 장기 할부 계약이다.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미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출해야 하는 보험은 당장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 금융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안전감이 흔들리고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의 수와 신청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유망하고 튼튼해 보였던 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고 관련 종사자들의 미래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이런 변화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미래와 건강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1~5월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가 3.5% 상승하고 해지율도 감소했지만 2030세대에 국한하여 다른 금융과 비교할 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층의 진입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자영역과 비교해 본다면 최근 증시에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평균보다 2배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를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상회하는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개인을 언론에서는 '동학개미'라 부른다. 이는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으로 시장에서 패배자라 인식되었던 개미투자자가 증권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2030세대다. 기성세대만큼 자산이 없기에 부동산 투자로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은 젊은 세대가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한 증권사의 상반기 신규 계좌 개설 현황을 분석해보니 2030세대가 전체 중 70%를 차지했다. 젊은 층의 유입은 증권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움직임이다. 과거 개미투자자는 소위 '묻지마 투자자'로 평가 받았다. 이들로 인해 주식은 도박으로 그리고 주식시장은 합법적인 투기시장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강조되어 현재의 만족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관심이 높아진 젊은 세대는 소위 공부하는 똑똑한 투자자로 인식된다. 뉴미디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며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핀다. 또한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하거나 저평가된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가치투자를 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이처럼 적극적이고 공부하는 수요층의 새로운 유입은 금융에서 투자 영역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

반면 보험이 미래의 성장 동력인 수요층의 공감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크다. 전문가들은 증시로 거대한 유입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비대면 계좌개설 및 주식 거래를 첫 번째 원인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보험 산업은 신계약 중 절대 다수는 대면채널에서 발생한다. 작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에게 추천하여 화재가 된 책 '90년생이 온다'에는 10~20대의 비대면상담 선호가 매우 높음을 언급한다. 따라서 대면 상담에 치중된 보험 산업은 미래 고객 확보에 있어 상당한 약점이 존재한다.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소비층의 등장도 보험 산업의 세대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보험은 오랜 시간 전 금융 산업 중 소비자 민원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정보 비대칭을 통한 소비자 희생을 강요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장성 보험을 저축이나 연금으로 둔갑시키거나 사업비나 조기 해지 시 납입 원금의 손해를 설명하지 않은 채 수익률을 설명하는 등의 문제는 감독기관의 민원을 볼 때 만연한 문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보험 산업의 자정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결국 금융 지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소비층이 등장할 때 가장 먼저 외면 받는 금융이 곧 보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금융 영역에서 거대한 세대교체가 발생하는 시기에 보험 산업은 이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산업의 영속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납입할 미래 고객의 확보다. 특히 연령 심사로 인해 인구 구조 변화에 가장 취약한 금융 산업이 보험이기에 2030 이하 세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하면 빠른 시간 내에도 심각한 정체를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져 있을 때 보험 산업은 어떤 과오가 있었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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