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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금융 패권]'토스'에 대응하는 두 리딩뱅크의 전략

  • 2020.09.28(월) 15:27

신한, 토스 대출서비스 참여
국민, 독자 경쟁력 확보 우선

같은 은행 간판을 달고 있어도 다 같은 은행이 아닙니다. 조직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지는 의사결정자의 가치관과 조직구성원의 행동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새 금융업권 화두는 단연 '디지털' 입니다.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이뤄지던 은행업무를 디지털 채널로 옮겨와 이른바 '손 안의 은행'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데요. 핀테크, 빅테크 등의 참전으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중은행 대응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주인공은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핀테크의 선두두자 토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두 은행의 이른바 '토스 대응 전략'은 명확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시계를 잠깐 일주일 전으로 돌려볼까요. 지난 16일 토스는 자사의 대출 비교 서비스 '내게 맞는 대출 찾기(내맞대)'에 신한은행이 입점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이 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대출 비교 서비스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내맞대'는 개인 맞춤형 신용대출상품을 추천해주는 토스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이용자가 간단한 자기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대출상품의 금리와 한도 정보를 제공합니다. 은행과 고객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맡아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이죠.

토스 측은 고무적입니다. 명실상부 국내 최상위권 시중은행이 핀테크와 본격적인 협력에 나선 것이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체 모바일 채널을 운영하는 신한은행이 토스와 손을 잡은 의미 또한 작지 않습니다.

신한은행도 긍정적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예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과제의 하나로 일찌감치 예정됐던 것"이라며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외부 디지털 플랫폼과 협력을 확장하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모두 신한은행 같진 않습니다. 현재 토스와 제휴를 맺지 않은 은행은 총 8곳인데요.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경쟁하는 KB국민은행이 대표적입니다. KB국민은행은 '토스와 협력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한 임원은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디지털 채널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내부 직원을 양성해 디지털 채널을 구축하자는 주문이 있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2018년 말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025년까지 디지털 관련 사업에 총 2조원을 투자하고 인재 4000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작년에는 삼성그룹 출신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KB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장(전무)로 영입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통합 IT센터 구축을 통한 인프라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계열사들은 자체 디지털 채널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최근 "차별화된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해 '1등 금융그룹' 타이틀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KB금융의 다른 임원도 "직원 연수,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관련 인력이 충원됐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플랫폼 플레이어와 협력하기보다는 직접 경쟁에 뛰어들어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인 셈입니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오픈뱅킹과 스몰라이선스 도입 등 금융인프라 진입 문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은행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비금융권과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점진적 변화보다 과감한 변화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시중은행 조직은 관료제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빠른 변화를 이끌어내긴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가 혁신적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조직이 크면 클수록 조직 규율이 성과 동기를 압도하는 경우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변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토스와 협력이 디지털화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채널 구축을 포기하지 않았고요. KB국민은행이 언젠가 입장을 바꾸어 토스와 악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토스가 가질 폭발력이 지금 시장의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은 밖에서 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결정을 내릴 때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합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두 리딩뱅크가 디지털 환경과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협력과 경쟁 중 두 리딩은행이 선택한 길이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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