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은 지속성이 없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긴 해도 일시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잊힌다. 한데, 이 열풍은 좀 이상하다. 외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진다. 대학입시에서 지금은 일반명사가 된 ‘의치한(醫齒韓)’ 얘기다.
‘의치한’ 열풍은 2021학년 수시에서 30%를 훌쩍 넘긴 경쟁률로 다시 한 번 위용을 드러냈다. 시선은 이제 정시로 전이(轉移)될지로 옮아간다. 정시는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까닭에 180도 다른 입시판도가 전개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또 한 가지. 올해 입시에서는 상당수 대학에서 모집인원에 변화를 준 내부 변수도 만만찮다. 정시에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는 체크포인트다. 2021학년 ‘의치한’ 정시에서 인원 변화를 뜯어봤다. [편집자]
수능석차 상위 0.3~2.0%. 치의대는 대학입시에서 의대 다음으로 자연계열 최상위권을 형성한다. 2021학년 정시에서는 치의대 입결표 맨 위에 위치한 서울대의 변수가 만만찮다. 수시에서 결원이 생기지 않는 한 정시 선발을 하지 않던 서울대가 첫 수시·정시 분할모집에 나서기 때문이다.
2021학년 치대 정시 모집인원은 11개 대학(서울대·부산대·전남대 3개 치의학전문대학원 포함) 242명(정원내)이다. 단국대(천안)가 가장 많은 50명을 뽑는다. 다음으로 원광대 38명, 조선대 32명으로 많은 편이다. 경희대(25명), 강릉원주대(20명), 연세대(20명), 경북대(15명), 부산대(15명), 전북대(14명), 전남대(8명), 서울대(5명) 순이다.
전체 정원(629명)의 38.5%다.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치 23.1%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정시 비중이 높은 것은 의대(1128명·37.9%), 한의대(289명·39.8%) 또한 마찬가지로 의학계열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다만 치의대의 경우 단국대(천안)의 정시 비중이 71.4%(정원 70명)로 워낙 압도적인 게 큰 몫을 한다. 서울대(11.1%)를 비롯해 전남대(22.9%), 경북대(25%) 등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7개 대학이 평균치를 밑돈다.
1년 전(240명․38.1%)과 비교하면 전체 정시 인원은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2명 늘었을 뿐이다. 대학별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시와 정시 간에 인원 조정을 한 대학들이 상당수라는 뜻이다.
가군에서 변화가 큰 편이다. 서울대가 진원지다. 서울대는 2021학년 입학정원 3198명 중 751명(23.5%)을 정시로 뽑는다. 1년 전(684명․21.5%)보다 67명(2.0p) 증가했다. 교육부 지침 ‘2022학년 정시 30%, 2023학년 40% 이상’에 맞춰 미리 늘려놓는 성격이다. 참고로 2020학년에는 정시 비중이 30.3%(979명)으로 수직상승한다.
이렇다 보니 예년에는 이월인원이 없는 한 수시로만 선발했던 학과 중에서 4개 학과는 올해 처음으로 정시로도 모집한다. 치의학과도 걔 중 하나다. 정원 45명 중 5명을 정시로 뽑는다. 수시 학종 지역균형선발에서 2명(15→13명), 일반전형에서 3명(30→27명) 줄였다.
가군에 포진한 4개 지거국 중 하나인 전남대도 비슷한 행보다. 2021학년에는 정시에서 지역인재전형(5명)만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전년도에 폐지했던 일반전형을 부활시켰다. 3명을 선발한다. 수시 교과 일반전형(18명→15명)에서 가져왔다.
수시이월을 감안하지 않은 인원이 가군 114명, 나군 108명으로 2020학년(106명․114명)에 비해 최초인원 단계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다. 게다가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나군의 단국대(56명→50명)가 6명 줄였다.
여기에 수시 결원 인원이 얼마나 정시로 넘어오느냐에 따라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오는 12월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에 달렸다.
2019학년. ‘불수능’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집단 패닉에 빠졌던 해다. 상위권 대학 수시이월인원이 대거 쏟아졌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인원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치대도 예외가 아니다. 무려 90명이 발생했다. 2015학년 이후로만 봐도 최고치를 찍었다. 2015학년 379명 이후 매년 예외없이 줄며 286명까지 내려갔던 정시 최종인원이 2019학년에는 335명으로 뛰었다.
이듬해인 2020학년. 수시이월인원은 가군 조선대 지역인재전형(8명→25명) 17명, 경북대(15명→19명) 4명, 서울대(0명→2명) 2명, 전북대 지역인재(5명→6명) 1명, 다군의 유일한 치의대 강릉원주대(20명→27명) 7명이 전부였다.
5개 대학에서 31명으로 2019학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서울대는 7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연대 치의예과는 7명에서 작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치대 전체 최종 모집인원은 271명. 전년모다 67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2015학년 이후로도 가장 적은 규모였다.
2020학년 경쟁률은 6.31대1. 총 1711명이 지원했다. 전년도(6.27대 1·2101명)에 비해 지원자는 390명 감소했지만 경쟁률은 0.04p 소폭 상승했던 이유다. 모집인원이 줄어든 만큼 지원자도 감소했지만 선발인원 축소의 폭이 워낙 컸던 탓이다.
수시이월에 따라 모집군별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시 특성상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다군을 제외하고 볼 때, 2020학년에는 가군 보다 나군의 경쟁률이 높았다. 지원자는 각각 649명, 669명으로 엇비슷했지만 경쟁률은 각각 4.99대 1, 5.87대 1로 큰 차이가 났다.
가군에서만 전체(31명)의 77%인 24명의 수시이월인원이 발생한 때문이다. 최초 인원은 가군(106명)이 나군(114명)보다 적었지만 이월인원이 많아 최종인원은 130명으로 불어난데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