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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쇼핑,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 2020.10.16(금) 09:35

이커머스 시장 경쟁 속 간편결제 각광
네이버·쿠팡·신세계 등 페이 앞세워 공략

이커머스 시장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결제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요. 금융과 쇼핑이 서로 어우러지는 현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달 15일 DB금융투자는 '간편결제의 생얼, 한은 통계분석'이라는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간편결제 결제금액을 73조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결제금액과 비교하면 40% 가량 확대된 수치입니다. 이중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9조원으로 전체의 8분의 1 정도로 집계되는데요.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감을 잡기 위해서는 추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관련 수치가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취재를 통해 얻은 지난달 업계 추산 결제액은 2조3000억원. 상반기 결제액의 4분의 1 가량을 한달만에 기록,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입니다. 2015년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한 네이버체크아웃이 모태이죠. 결제정보 입력 등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하고 배송추적 같은 기능을 추가하면서 5년여간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 본격적인 성장은 내년부터

서비스는 크게 주문형과 결제형으로 나뉘는데요. 결제형은 네이버페이가 결제대행만 담당하고 주문형은 결제대행에 판매·관리툴 등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오프라인 결제로는 제로페이 연계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커머스 시장 결제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쇼핑 고객이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네이버페이를 쓰기 시작하면, 쇼핑할 때 네이버를 찾게 될 테니까 네이버 입장에서는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네이버페이가 성장할수록 네이버쇼핑 존재감이 견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역시 지난 8일 서울대 특강 연사로 참석해 "네이버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쇼핑 검색"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 네이버는 세계에서 드물게 검색과 쇼핑 채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IT 업체입니다. 미국의 경우만 따져봐도 쇼핑은 아마존이, 검색은 구글이 양분하고 있거든요.

최근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주식 맞교환을 통한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 역시 네이버쇼핑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입니다. 네이버를 정점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한 여러 계열사들이 사업 극대화를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출범 이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를 타깃으로 삼은 대출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미래에셋캐피탈에 제공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심사 결과에 근거해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입니다.

새로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면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사업주에게 시중은행 금리 수준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금리 시장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꼼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을 주도해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라이선스가 없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책임을 비껴간다고 꼬집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위법 소지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금융위는 이달 내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적용하는 일사전속주의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입니다. 내년 상반기 중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른 금융사와 손을 잡고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그러면 금융 플랫폼 회사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게 될 겁니다.

◇ 선불충전도 '성장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쿠팡 역시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올해 3월 페이 사업부를 분리해 쿠팡페이를 출범시켰습니다. 쿠팡페이는 현재 디자인 및 데이터 분야 보강을 위해 국내외 인사 채용 사이트에 관련 공고를 띄우는 등 인력 확보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사업목적에 여행중개업, 보험대리업, 콘텐츠제작업 등을 추가한 것을 보면 주력 사업 이외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속도는 늦지만 다른 업체도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SSG페이를 운영하고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페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간편결제 채널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 역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지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책은 적립금입니다. 현금을 이체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하면 결제액의 3~5% 가량을 적립해줍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등록해 간편결제를 하면 수수료와 같은 비용이 나가는데 현금사용을 유도해 비용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전체금액 73조원에서 교통카드와 송금 등을 제외한 선불지급 기반 간편결제 금액은 약 13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하반기 결제 규모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기반의 간편결제 금액은 39조원으로 35%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선 선불지급 기반 간편결제 업체에 이용고객을 뺏기게 됐고요. 금융당국이 1조7000억원 규모로 파악되는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맡기게 함으로써 국채나 예금 등 안전자산 규모는 확대될 전망입니다. 간편결제 시장 성장이 기존 금융권에 이런저런 모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당분간 간편결제 시장은 확대 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업체에 최대 30만원 한도에서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의 보폭이 커졌고요. 가계부채 폭등으로 현금이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사회 안팎으로 정착돼 가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과 쇼핑을 따로 떼내어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합니다. 고객 편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업권간 경계도 흐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눈코뜰새 없이 빠르게 바뀌는 업황 속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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