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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의 광폭행보…카드사에는 눈엣가시

  • 2020.12.04(금) 09:00

"2023년까지 가맹점 200만개 확대"
'결제시장 잠식당할라' 카드사 불만

제로페이가 가맹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위챗페이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제로페이를 보는 카드업계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제로페이가 널리 쓰일수록 카드사 고객접점이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 돈보다 가맹점

제로페이의 모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안한 서울페이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제로페이는 연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을 따왔다. 연매출 8억~12억원이면 0.3%, 12억원 이상이면 0.5%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간편결제 업체는 주로 이용자와 금융사 사이에서 금융거래 중개에 주력하고 여기에 따라오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가맹점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간편결제 업체에 제공하고, 간편결제 업체도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와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 간 차액이 간편결제 업체의 수익으로 남게 된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매개로 이용자 계좌와 가맹점 계좌를 연결한다. 별도의 밴(VAN)사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용자가 금융사에 입금하고 금융사가 가맹점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수수료다. 금융사가 수수료 비용을 보전해야만 사업이 이어지는 구조다.

은행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은행 돈으로 생색 낸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끊이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진흥원이 설립될 때 금융사가 일정금액을 출연한 데 이어 현재 사업을 유지하는 데도 비용을 대주고 있는 셈"이라며 "결제 과정에서 돈이 공짜로 오가는 경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제로페이 측은 인프라 측면을 강조한다. 한결원 관계자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진흥원이 출범했기 때문에 현재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가맹점 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페이 종류를 늘리는 게 아니라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인프라를 결제시장에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로페이를 보는 차가운 시선

최근 제로페이가 중국 위챗페이와 협약을 맺고 서울시내 가맹점에서 위챗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로페이는 위챗페이를 이용하는 중국인 이용자를 흡수할 수 있고 위챗페이는 서울시내로 가맹점을 확대할 수 있다. 지난 2일 남대문시장상인회와 상품권 이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공격적인 가맹점 확보 과정에서 사업자가 제로페이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로페이 측이 알아서 키트를 보낸 뒤 이를 가맹점을 확보했다고 홍보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로페이 측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윤완수 한결원 이사장은 지난달 초 "2023년까지 가맹점 수를 200만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로페이를 보는 눈은 여전히 차갑다.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수가 280만개에 육박하는데 제로페이 가맹점은 현재 69만개에 불과해 결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플랫폼 영향력과 다양한 포인트 혜택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위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로페이 운영이 정책을 이중으로 집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카드사는 연매출액 3억원~5억원 이하 가맹점에는 우대수수료를 적용해 1.3% 수수료를 수취한다. 하지만 해당 가맹점은 연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실질 수수료부담은 0.1%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있는데 제로페이가 다른 곳에서 돈을 끌어다 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꼴"이라며 "제로페이는 금융사, 핀테크 앱 등에 탑재돼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제로페이가 인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카드사의 고객 접점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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