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페이'의 전성시대 였습니다. 고객을 더욱 쉽게 끌어모을 수 있는 법적 기반(오픈뱅킹)이 마련된 가운데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주류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죠.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일찌감치 시장에 참여했던 간편결제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간편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도 있습니다. 간편결제업계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 특별했던 2020년
간편결제서비스가 올해들어 부쩍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말 도입된 오픈뱅킹의 영향이 큽니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하나의 금융앱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불러와 모바일 기기에서 계좌조회와 이체가 가능해졌습니다.
그간 대다수의 간편결제사업자들은 고객이 등록한 계좌에서 돈을 입금받아 그만큼의 포인트를 전환해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펌뱅킹’ 방식을 활용해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는데,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이체와 조회가 AP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수수료가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그간 은행에 부담하던 금액이 줄어들었으니 간편결제사업자들에게는 올해가 사업확장의 절호의 기회가 된 셈입니다. 간편결제사업이 자리잡은 이후 사용자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여기에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코로나19 역시 간편결제기업이 올해 성장세가 가파라지는데 한 몫했습니다.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공인인증, ARS인증 등의 절차가 필요없는 간편결제서비스가 더욱 각광받았기 때문입니다.
통계로도 입증됐습니다. 지난 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최근 국내 지급결제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모바일기기 등을 통한 결제는 일평균 1조원 일어났는데 이 중 간편결제 방식을 이용하는 비중은 39%에 달했습니다. 10명중 4명은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의미입니다.
◇ 주요 사업자 성장세 훌쩍
거래액으로만 따져봤을 때 가장 앞서가는 곳은 카카오페이입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거래액은 47조원에 달합니다. 작년 연간 거래액을 3분기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카카오페이가 가장 앞설 수 있던 요인으로는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을 모두를 아우르는 전략을 일찌감치 펼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거래액 중 대다수가 결제가 아닌 송금에 몰려있기에 결제부문만 따져놓고 보면 시장 점유율이 앞도적으로 높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뒤를 이어 네이버페이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전년동기 대비 거래액이 50%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추정해보면 올해 3분기까지 네이버페이의 누적거래액은 18조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을 거란 분석이 많습니다.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달 부터라는 점, 네이버가 올해 커머스 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합니다.
일찌감치 간편결제시장에 진출한 NHN페이코 역시 올해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뤘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NHN페이코의 모회사인 NHN은 매출의 40%(1689억원)가 결제 및 광고 부분에서 발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9% 증가한 수치입니다.
NHN의 결제 및 광고 부분 매출은 NHN의 결제사업 계열사인 NHN페이코와 NHN한국사이버결제가 이끌었습니다. 정우진 NHN 대표 역시 지난 13일 있었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유례없는 상황, 비대면 시장 확대에 힘입어 결제 및 커머스 사업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두드려졌다"고 평가했죠.
분기별 NHN이 발표한 실적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거래증감액을 추정해보면 올해 3분기까지 NHN페이코의 누적 결제액은 약 6조원입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에 뒤처지지만 강력한 우군(카카오톡, 네이버)없이 달성했다는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 3강 약진 앞으로…후발 주자는 누가될까
금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간편결제사업자들의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대면‧언택트를 통한 결제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이 중에서도 네이버페이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를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활성사용자수 증가세가 정체되기 시작했지만, 네이버페이의 경우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만큼 실제 월간 활성 사용자를 끌어올릴 기회가 남아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2000만명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더 이상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더욱 다양한 곳에서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카카오페이의 앞으로의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모기업인 카카오 역시 커머스 분야를 키우면서 고객들의 결제 수단을 카카오페이로의 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카카오의 매출 중 상당부분을 카카오의 커머스 부분이 책임졌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 매출은 1조1004억원 이었는데요, 이 중 커머스 부분이 포함된 톡비즈 부분에서 난 매출은 2844억원으로 전체의 4분의 1가량이었습니다.
카카오는 커머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결제 중 상당수요를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도록 유도합니다. 커머스가 성장할수록 카카오페이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이 늘어나겠죠? 여기에 카카오페이증권 인수를 토대로 카카오페이가 단순 송금‧결제하는 수단이 아닌 일상생활의 금융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머니2.0 체제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을 키운만큼 '질'을 키워 사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NHN페이코의 경우는 가맹점 늘리기에 한창입니다. 특히 해외 가맹점 확대에 적극적입니다. 건강제품 이커머스 기업인 ‘아이허브’에 국내 최초로 결제망을 구축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구글에서도 결제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죠. 나아가서는 애플, 아마존 등도 NHN페이코가 염두하고 있는 해외 가맹점입니다.
이는 국내 가맹점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직구족'과 같은 새로운 블루오션 찾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는 어떤 간편결제사업자가 꿰찰까요? 현재까지 일정 가입자를 확보한 대표적인 간편결제사업자는 신세계그룹의 SSG페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쿠팡의 쿠페이 등이 꼽힙니다. 다만 이들은 그들이 보유한 계열 유통망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차이코퍼레이션의 '차이페이'를 주목합니다. 차이코코퍼레이션은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의 창업자 신현성 티몬 의장이 설립한 핀테크 회사인데요, 최근의 행보가 금융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BC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차이카드'입니다. 차이카드는 BC카드의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충전식 선불카드인데요, 최근 높은 혜택률을 바탕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이 카드는 '초대권'이 있어야만 발급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이 초대권이 현금으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간편결제의 흥행의 '키'는 가맹점과 고객수 입니다. 차이페이가 티몬을 통해 온라인 가맹점을 확보하고, 차이카드를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과 사용자를 확보해 나간다면 기존 유통업체가 내놨던 간편결제서비스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간편결제업계에서 차이페이를 카카에페이·네이버페이·페이코 3강 체제를 무너뜨릴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