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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NH농협생명 검사 '딜레마'…'이래도, 저래도 문제'

  • 2021.04.19(월) 08:50

2018년 달러채권 몰빵투자 알고도 묵인
올해 종합검사서 당시 건 지적할까 주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8년 NH농협생명에 대해 외화자산을 비롯한 고위험 투자자산 실태를 점검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NH농협생명의 달러채권 '몰빵' 투자 사실을 알고도 시정이나 리스크 관리를 지시하지 않아 손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중 NH농협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외화자산 등 자산운용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과연 제대로 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이 건을 문제 삼으면 당시 묵인 내지는 방조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고, 그렇지 않으면 검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 금감원, 2018년 해외투자 리스크 '묵인'

1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2016년까지만 해도 매해 1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다가 2017년엔 1009억원으로 줄었고 2018년엔 1230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NH농협생명의 해외투자금액이 2014년 5000억원에서 2018년 13조 2000억원으로 4년 사이 12조 7000억원, 20배 넘게 폭증했다. 특히 2015~2016년 10조원 이상을 달러채권에 '몰빵'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운용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금액의 90%를 달러채권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 2015년 농협생명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2.6%로 당시 업계 평균인 3.6%와 비교해 1%포인트나 낮았다. 삼성생명(4.0%)과 한화생명(3.7%), 교보생명(3.9%) 등 빅3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컸다.

그러다가 2016년 달러채권 투자에 집중하면서 업계 평균과 수익률 격차가 2016년 0.6%포인트, 2017년 0.3%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2017년엔 3.2%의 수익률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3.3%)과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2018년 들어 얘기가 달라졌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해에만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튀어 올랐고,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격차가 한때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미국 달러 기준 만기 1년 이상 해외채권을 운용할 때 환헤지 비용은 금리 역전차가 클수록 커진다. 이 때문에 농협생명은 2018년 환헤지 비용만 1000억원이 발생하면서 역대급 손실을 입었고, 같은 해 자산운용 이익률은 2.6%로 하락하면서 다시 2%대로 회귀했다.

# 이번 종합검사서 당시 건 건드릴지 주목

문제는 금감원이 2018년 4월 당시 NH농협생명의 최근 5년간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고위험 투자자산 운용 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어도 2015년~2016년 달러채권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데 대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라는 조언정도는 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이 개별 회사의 고수익 투자를 제한하거나 포트폴리오 변경을 강제할 순 없다. 다만 고유의 감독업무를 게을리해 대규모 손실을 방조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8년 4월 검사 당시라도 문제를 제기했다면 NH농협생명이 좀 더 일찍 대책을 마련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종합검사에 나선 금감원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번 종합검사 역시 외화자산을 비롯해 자산운용 부문이 중점 검사 사항으로 알려졌다. 3년 전 검사에서 눈을 감았던 금감원은 이제 와서 문제를 삼을 수도, 삼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셈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종합검사에서 외화자산 부문을 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종합검사=중징계'라는 공식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사례를 통해 기정사실화한 만큼 NH농협생명도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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