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2018년 NH농협생명에 대해 외화자산을 비롯한 고위험 투자자산 실태를 점검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NH농협생명의 달러채권 '몰빵' 투자 사실을 알고도 시정이나 리스크 관리를 지시하지 않아 손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중 NH농협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외화자산 등 자산운용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과연 제대로 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이 건을 문제 삼으면 당시 묵인 내지는 방조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고, 그렇지 않으면 검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 금감원, 2018년 해외투자 리스크 '묵인'
1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2016년까지만 해도 매해 1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다가 2017년엔 1009억원으로 줄었고 2018년엔 1230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NH농협생명의 해외투자금액이 2014년 5000억원에서 2018년 13조 2000억원으로 4년 사이 12조 7000억원, 20배 넘게 폭증했다. 특히 2015~2016년 10조원 이상을 달러채권에 '몰빵'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운용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금액의 90%를 달러채권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 2015년 농협생명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2.6%로 당시 업계 평균인 3.6%와 비교해 1%포인트나 낮았다. 삼성생명(4.0%)과 한화생명(3.7%), 교보생명(3.9%) 등 빅3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컸다.
그러다가 2016년 달러채권 투자에 집중하면서 업계 평균과 수익률 격차가 2016년 0.6%포인트, 2017년 0.3%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2017년엔 3.2%의 수익률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3.3%)과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2018년 들어 얘기가 달라졌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해에만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튀어 올랐고,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격차가 한때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미국 달러 기준 만기 1년 이상 해외채권을 운용할 때 환헤지 비용은 금리 역전차가 클수록 커진다. 이 때문에 농협생명은 2018년 환헤지 비용만 1000억원이 발생하면서 역대급 손실을 입었고, 같은 해 자산운용 이익률은 2.6%로 하락하면서 다시 2%대로 회귀했다.
# 이번 종합검사서 당시 건 건드릴지 주목
문제는 금감원이 2018년 4월 당시 NH농협생명의 최근 5년간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고위험 투자자산 운용 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어도 2015년~2016년 달러채권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데 대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라는 조언정도는 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이 개별 회사의 고수익 투자를 제한하거나 포트폴리오 변경을 강제할 순 없다. 다만 고유의 감독업무를 게을리해 대규모 손실을 방조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8년 4월 검사 당시라도 문제를 제기했다면 NH농협생명이 좀 더 일찍 대책을 마련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종합검사에 나선 금감원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번 종합검사 역시 외화자산을 비롯해 자산운용 부문이 중점 검사 사항으로 알려졌다. 3년 전 검사에서 눈을 감았던 금감원은 이제 와서 문제를 삼을 수도, 삼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셈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종합검사에서 외화자산 부문을 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종합검사=중징계'라는 공식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사례를 통해 기정사실화한 만큼 NH농협생명도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