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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혁신과 함께 고민해야 할 보험

  • 2021.06.08(화) 09:30

창업의 열기가 뜨겁다. 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스타트업(startup)이라 부른다. 실리콘벨리의 이 용어가 인기 드라마의 제목과 소재로 사용될 만큼 친숙해졌다. 정부에서도 창업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고 대기업도 관련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존 틀을 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BM)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고 이는 점차 세상을 바꿔 대세로 자리 잡는다. 그 중에서도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기업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Unicorn)에 비유되며 현존한다.

그런데 초기 BM을 구축할 때 놓치는 부분 있다. 또한 이것이 성장 후 스타트업의 더 큰 성공을 방해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기획을 살펴보면 실현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해결할 보험에 대한 고민이 부재중이다. 혁신이 세상을 변화시킬 때 그 방향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새로운 BM으로 인해 타인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를 준다면 사업의 성장을 영속할 수 없다. 따라서 사업의 밑바탕을 그리는 단계에서부터 보험, 특히 배상책임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 공유형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PM)의 확산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번화가뿐만 아니라 주택가 골목에서도 공유 전동 킥보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확산 초기 개인형 이동수단의 혁신으로 인식되었지만 확대 후에는 '킥라니'라는 오명으로 불린다. 도로에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와 킥보드의 합성어인 '킥라니'가 등장한 배경에는 인도 주행 및 점거로 타인의 보행을 방해하거나 사고로 이어지는 불편이 존재한다. 최근 2인 이상 탑승 금지, 핼멧 착용 등 규제가 강화된 것도 PM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반발심이 크기 때문이다.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관련법의 준수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공유형 킥보드의 경우 사용자의 불법적 사용이 규제 강화의 주된 이유다. 하지만 사용자의 일탈을 통제할 수 없다면 BM기획 단계에서 제3의 타인에 대한 법률적 배상책임을 보험으로 해결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강화된 규제로 관련 사업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하소연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출만을 고민한 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실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때 가해자가 배상능력이 없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배가 된다. 그럼에도 관련 기업은 배상책임 보험에 대한 대책 마련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또 다른 예로 배달음식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인해 도로 위에 배달 오토바이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교통법규 위반이다. 과속, 중앙선 침범, 인도 주행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반드시 공소제기를 하는 중과실도 빈번하게 범한다. 물론 배달 오토바이의 일탈적 주행을 배달음식 플랫폼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교통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배달용 오토바이는 대부분 책임보험만 가입하거나 이조차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 공백지대가 발생한다. 만약 피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해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의 피보험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여전하다. 또한 관련 사고가 증가한다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물론 보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유형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자를 위한 배상책임 보험이 존재함에도 요금 인상 등의 문제로 다수의 사업자가 가입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높은 손해율로 인해 배달용 이륜차에 대한 종합보험 인수를 보험사가 거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량한 불특정 다수는 언제든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배상책임에 대한 공백지대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독당국이 새로운 BM에 대해 배상책임 보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무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배상책임 보험 가입 시 요금 인상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 우려는 의무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손해율이 높아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거나 개발된 상품을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은 관련 기업이 협력하여 공제 등을 통해 배상책임의 빈자리를 해결하는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 끝으로 혁신을 꿈꾸며 BM을 기획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배상책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감독당국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에 비례하여 새로운 유형의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창업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BM의 경우 배상책임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비자도 이제 혁신의 사회적 의의를 평가할 때 부정적 영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로 방치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의 영속을 위해서도 사업 기획 초기 단계부터 리크스(risk)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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