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①삼성생명이 펫보험 팔게 된다면? 에서 계속
1사 1라이선스 유연화 등 구체적인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은 이달 21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당연히 보험업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생보사들이 뭉쳐 금융당국에 조심스러운 건의를 했다고 해요. 몇가지 조건을 충족하거나, 제한을 두면 생보사들이 손보상품을 파는 자회사를 둘 수 있게 해달라고요.
금융당국에 SOS친 생보사
지난해 도입한 소액·단기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스몰 라이센스)에 한정해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달라는 겁니다. 가격이 비교적 싸고 보험기간이 짧은 보험만 파니 고유영역을 지키고 싶어하는 손보사들의 저항을 막을 수 있을 거란 계산이 깔려있죠.
생보사들이 펫보험보다 사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운전자보험입니다. 이른바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교통제도 변화에 따라 보험가입자를 확 끌어당길 수 있고 손해율도 낮아 돈이 되는 분야죠.
지금도 생보사들이 운전자보험을 팔고 있긴 하지만 인(人)보험 중심인 업권 특성상 상해사고만 보장하는 반쪽자리죠. 그래서 가입자들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요. 손보사들은 상해사고에 더해 형사합의금·벌금 담보,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 등도 붙여 팔아 생보사보다 상품 경쟁력이 더 높고요.
향후 규제 완화를 통해 종합손보사로 확대할 여지가 있는 전문분야 특화 손보 자회사까지 욕심내지 않을 테니, 당장은 소액·단기보험 형태로라도 손보상품을 팔 수 있게 '문'을 열어달라는 게 생보업권의 바람이랍니다. 금융당국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네요.
생보업계 "'힘들다' 이 말밖엔…"
이런 생보업계의 주장과 행보에 손보업계는 '명백한 업역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손보사도 생보사의 소액·단기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상품들은 이미 손보업계쪽에서 다루고 있거든요. 기본 상품구조가 신체(인) 위주인 생명보험은 보험기간이 3년 미만인 단기상품으로 팔기 적절하지 않고요.
이와 달리 손해보험은 물(物)담보, 배상책임 담보, 비용 담보 등 단기보험에 적합한 상품이 많습니다. 손보사들이 팔고 있는 운전자보험, 여행자보험, 킥보드 사고 보장 보험 등이 모두 소액·단기상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금융당국의 이번 1사 1라이선스 유연화가 결국 생보업계 지원책 아니냐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생보업계가 금융당국을 붙잡고 늘어지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랍니다. 점점 사업이 어려워져서죠.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은 1인 가구가 늘면서 관심이 줄어들고 있고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장기상품 판매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1~7월 생명보험 신계약건수는 842만9179건, 신계약 보험료는 145조5656억원이었는데요.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1.63%, 18.29% 감소한 수치로, 생보산업이 후퇴하고 있다는 의미랍니다.▷관련기사: 내년 0.3% 성장…위기의 생명보험 돌파구는?(10월6일)
여기에 은행 예·적금이 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는 보험계약자도 많아졌고요. 흥국생명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번복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도 불안해졌다고 합니다. 생보업계가 겪을 자금난을 생각하면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손보업계의 반대에도 이번엔 '우리 차례'라며 맞섭니다. 2000년대 초반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 적자에 허덕였던 시절을 생각하란 거죠. 당시에 손보업계의 제3보험(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판매하는 상해·건강·질병보험) 시장 진출에 생보사들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생보업계에서는 "이번엔 손보업계가 생보사도 소액·단기보험을 팔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손보업계 이해를 구하는 말도 나오고요. 한쪽에서는 "그렇지 않으면 손보사들을 생보 전유물이었던 제3보험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도 나옵니다.
물론 손보업계는 "과거엔 노다지로 여겨졌던 실손의료보험을 생보도 취급할 수 있게 해줬던 건 잊었냐"며 코웃음을 치고 있죠.
1사 1라이선스 규제 유연화를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결론이 날지, 또 누가 웃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