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항마 역할을 할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연동 서비스인 오픈페이가 개시됐다.
다만 당초 6개사가 연합할 것이란 기대를 깨고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3개사만 서비스를 시작해 공동 전선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현대카드가 독점계약을 맺고 출시 준비중인 애플페이가 조만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 애플페이 상륙 초읽기…'찻잔 속 태풍'일까(12월 5일)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애플페이 서비스 약관심사를 마무리한 만큼 올해말이나 내년초 국내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세계 7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오프라인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페이보다 업력이 길고 서비스 국가가 많은 데다, 아이폰 충성 고객인 MZ세대(20·30대)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드업계는 긴장한 눈치다.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이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양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어서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애플·삼성은 물론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드업계의 오픈페이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픈페이는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비슷한 개념이다. 하나의 카드사 앱으로 여러 회사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서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의 신용·체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당초 6개사가 참여키로 했던 오픈페이는 기대보다 훨씬 적은 수준인 3개 카드사 만으로 이날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또 현재까지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만 결제가 가능하고, 온라인 결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풀린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결제대행사(PG)별로 결제 시스템이 상이한 부분이 있어 관련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내년 2월 롯데카드, 3월 BC카드가 오픈페이에 참여하고 NH농협카드도 하반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위권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중위사 현대카드 등이 아직 참여 여부를 저울질 중이라 오픈페이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 카드사들은 오픈페이에 참여했다가 자칫 이용자가 많은 대형사에 고객을 대거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각 카드사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카드사가 오픈페이에 참여해도 카드등록이 상호 연동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상용화된 간편결제 서비스와 차별점이 많지 않아 이용자들이 오픈페이로 넘어갈 유인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