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낙점됐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초석을 다지고 이를 성공시켰던 인사가 이제는 완전 민영화된 우리금융지주 내부 추스르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3일 우리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추천했다.
임추위의 선택은 임종룡…'변화와 쇄신'필요
행시 24회 출신인 임종룡 후보는 '정통관료' 출신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쳐 5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통관료' 출신이지만 민간 기업인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이끈 이력도 있다. 임추위 역시 민과 관을 두루 경험하면서 금융권의 전문성을 쌓아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는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라며 "우리금융그룹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추위가 고심 끝에 외부 출신인 임종룡 후보를 낙점한 데에는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년새 우리금융지주는 사모펀드 사태, 횡령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부의 시각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새롭게 다잡을 리더가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임추위 역시 "우리금융이 과감하게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후보는 임추위 이후 입장문을 통해 "아직 주주총회 절차가 남아있긴 하나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시작한 임종룡, 회장으로
금융권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 바로 임종룡 후보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정부와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있던 구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을 꾸준히 꾀해왔다. 2016년 최종 매각이 결정되기 이전까지 4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다섯번째 매각 시도에서 성공을 한 게 바로 임종룡 후보다. 임종룡 후보는 금융위원장 재직시절 당시 우리은행의 민영화 방안 로드맵을 세웠다. 경영권을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아닌 지분을 과점주주에게 쪼개 파는 방식이다.
특히 지분을 매입하는 과점주주에게는 사외이사 선임권한을 준 것이 매각 성공에 '열쇠'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지주체제로 다시 돌아왔고 2021년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자리에서 내려오며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초석을 다지는데 성공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이제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라며 "국내 금융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임종룡, 임기 전부터 과제산적
임종룡 후보는 오는 3월 있을 우리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된다면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시행한다. 아직 임기 시작 전 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당면과제가 주어졌다는게 금융권의 평가다.
일단 노조가 임종룡 후보의 취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전형적인 관치금융이자 낙하산 인사라는게 우리금융 노조 측의 입장이다.
당장 임추위가 열린 이날 오전 우리금융지주 본점 로비에서 노조측은 임종룡 후보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쟁의행위를 펼친 바 있다.
따라서 내부직원들을 설득시키며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임종룡 후보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다. 아울러 외부에서 들려오는 '관치',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는 것도 숙제가 됐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인물찾기'다. 우리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에 장고하는 동안 우리금융 계열사중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들의 임기가 종료됐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의 임기도 이달로 종료된다.
회장직을 수행하기 전부터 우리금융내 '인사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시급한 숙제가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출신인 만큼 내부 인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약점"이라며 "특히 함께 그룹을 이끌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된 만큼 내부 인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