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샴페인 못 터트리는 금융지주
지난해 은행 계열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샴페인을 쉽게 터트리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고금리를 바탕으로 은행의 이자수익을 크게 늘리면서 이룬 최대 실적이다보니 '이자 장사' 비판이 다시 불거칠 수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 지주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압력 등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보다 더욱 경제여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 계열 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배경은 단연 '금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이들 금융지주의 계열사 중 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인 은행,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실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거둔 이자이익은 39조6375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해 20%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의 이자이익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나왔다.
실적을 잘 거둔 만큼 임직원들에게 통 큰 성과급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배당 성향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는 게 이들 금융지주들의 계획이다. 4대 금융지주들은 배당 및 자사주소각등에 나서 연간 배당 성향을 전년보다 3%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여론이 재확산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회사는 '공공재'라는 발언까지 내놓은 상황이어서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핵심 영업 이익이 이자이익이지만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라며 "부정적 인식을 덜기 위해 다양한 수수료 면제 정책이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등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다독이려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후보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후보가 내부 다독이기에 나섰다. 임종룡 후보의 회장 취임을 강하게 반대해 온 노조 역시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후보는 지난 9일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 사무실을 방문했다. 임 후보가 박봉수 노조위원장에게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박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후보자는 박 위원장과 만나 "노조와 직원들이 하고 있는 우려를 알고 있다"라며 "임기 동안 우리금융 직원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박 위원장 역시 앞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성숙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자는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후보가 노조 측과 직접 만나 소통의 가능성을 여는데 성공한 만큼 내부 반발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외환시장 내년엔 새벽 2시까지 연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의 구조가 대폭 변경될 예정이다. 정부가 외환위기(IMF)이후로 시장안정을 위해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던 외환시장의 문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외환시장 마감 시간 한국 시간 새벽 2시로 연장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참여 등을 골자로 하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내용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의 구조가 변경되는 셈이다.
그간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했고 국내에서만 가능했다. 여기에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참여도 불가능했다. 거래시간도 한국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시분까지로 한정돼 국내외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겪어왔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 개편 방안이 도입되면 다양한 투자자들이 원화 환전과 투자가 가능해져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가 한 층 올라가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더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3분기 중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해외 투자자 대상 설명회 등 법령 제도 손질과 공론화 등을 통해 내년 하반기 중 이같은 방안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튀르키예 지진에 국내 금융사도 온정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지진에 국내 금융사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각각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3억원의 성금을 지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튀르키예는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라고 인식이 돼 있는 만큼 빠르게 지원이 결정됐다"며 "지속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펼치기 위해 어려운 곳에 손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보금자리론 흥행 속 은행 주담대 금리 인하
지난달 30일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에 지난 7일까지 약 10조5008억원의 신청이 접수됐다. 총 공급 규모가 39조6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가량이 일주일 만에 소진된 셈이다. 흥행에는 연 4%대의 금리,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신청, 5억원의 높은 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미적용 등의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금리는 특례보금자리론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낮은 주택가격 한도(6억원), 낮은 한도(3억6000만원)등으로 인해 총 배정예산 35조원에서 35%가량만 신청되는 데 그쳤다.
다만 최근 들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연이어 인하해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4% 초반까지 내려간 상황이며 케이뱅크와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금리 하단이 3% 후반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이들 은행들의 경우 다양한 우대금리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 낮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어 일부 신규 주담대 차주들은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대신 은행의 상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금융 핫&뉴'는 한 주간 선보인 새로운 금융상품과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사들의 눈에 띄는 움직임을 간추린 비즈워치 경제부의 주말 코너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