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2022년 리딩 금융지주'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순이익이 KB금융을 제쳤고 그 흐름을 연말까지 이어 연간 수익성 선두에 올랐다. 특히 작년 실적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마지막 성적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을 판 일회성 이익까지 더해 가며 만든 성과다.
조 회장 뒤를 이어 새로 진옥동 회장 내정자가 이끌 신한금융은 올해도 KB금융과 리딩 금융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 금융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새 수장으로 키를 잡은 진 회장이 선두를 지켜낼 수 있을지 벌써 관심이 모인다.
조용병 '유종의 미'
신한금융지주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순이익이 4조642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던 전년도보다 15.5% 늘린 숫자다.
리딩 타이틀을 두고 경쟁한 KB금융도 지난해 11조원 넘는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4조413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관련기사: "이자로만 11조 벌었다"…KB금융, 사상최대 순익 재경신(2월7일) 하지만 신한금융이 간발의 차로 KB금융을 따돌렸다. 금액으로 2290억원, 신한 기준에서 5%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이익이 성장을 이끌었다. 신한금융 지난해 이자이익은 17.9%(이하 전년대비) 증가한 10조6757억원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보다 3.7% 감소했지만 기업대출 잔액은 11.2% 증가하며 대출 자산이 늘었다. 금리 인상 속에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됐다. 신한금융 연간 순이자마진은 1.96%로 전년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주축인 신한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2.1% 증가한 3조450억원이었다. 은행만 따지면 KB국민은행(2조9960억원)과 순익 격차는 더 작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부진했다. 2조5315억원으로 30.4% 감소했다. 수수료와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모두 줄었다. 주식시장 위축으로 증권수탁수수료가 크게 줄었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리오프닝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으로 신용카드 수수료도 감소했다. 여기에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발생 등으로 유가증권 관련 손익도 줄었다는 게 신한금융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사옥을 팔지 않았다면 리딩 탈환은 없었다. 조용병 회장 결단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사옥매각 대금 4438억원(세전)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신한금융 순이익은 KB금융에 단 2290억원 앞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기 상황으로 유가증권 손익 감소 등 비이자이익 부진에도 실물경제 회복 지원을 위한 기업대출자산 성장과 증권사 사옥 매각이익이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부진했던 4분기…올 1분기도 '난망'
3년만에 선두를 되찾았지만 올해 금융시장 상황은 만만찮다. 작년 4분기만 떼어봐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한금융 4분기 순이익은 3269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79.5% 급감한 것이다. 비경상 요인과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용 인식 등이 반영된 탓이란 설명이다.
새로운 한국회계기준원 해석을 반영해 옛 개인연금신탁에 대한 평가손실 1464억원을 인식했고, 헤리티지 펀드 고객 보상비용과 펀드 재평가 등으로 1802억원도 손실로 처리됐다. 여기에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1041억원, 희망퇴직비용 1450억원과 추가 충당금 1970억원 적립 등도 4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4분기에는 금융지주 전체와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전분기보다 각각 0.03%포인트, 0.01%포인트 낮아진 하락한 1.98%, 1.67%을 나타냈다. 신한은행 4분기 순이익은 4525억원으로 이자이익이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분기 대비 50.2% 감소했다.
비은행 계열사 부진도 이어졌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은 5% 감소한 6414억원을 기록했다. 고른 영업이익 증가에도 조달비용 증가로 이자비용이 늘었고 충당금 증가도 부정적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연간 순이익은 4125억원을 기록하며 28.6% 늘었다. 다만 사옥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907억원뿐이다. 위탁수수료 감소와 금리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손실 증가로 전년(3208억원)보다 적은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자금조달비용 부담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의 여파로 부진한 수익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홍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올들어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예년보다 정기예금 금리 등은 높은 수준이라 1분기까지는 (NIM 정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분기 이후에는 정기예금이 낮은 금리로 대체되고 예금으로 머니무브도 안정화되면서 다시 상승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