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 6%대를 넘기며 급격하게 오르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이달 4%대로 떨어지며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초에 2% 후반대였던 것보다는 높지만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반해 카드사들은 법정 최고(연 20%) 수준 가까이까지 금리를 높인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내리며 자금 조달 환경이 나아졌음에도 대출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금리(AA+ 등급·3년 만기 기준)는 지난 7일 기준 연 4.11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7일 여전채 금리가 통계 집계 후 최고치인 연 6.088%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약 3개월 새 2%포인트 가까이 내린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7일(2.848%)보다는 1.264%포인트 정도 높지만 급등세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신용 리스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채권 발행이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여전채 금리는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시장 신용에 대한 우호적 수급환경과 가파른 스프레드 하락으로 회사채뿐 아니라 여전채 우량 등급의 순 발행도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에 채권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여전채의 경우 신용 부분에서는 리스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내려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채 금리 하락세와 별개로 서민들의 금융 창구로 이용되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의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한다는 것. 은행은 물론 카드사도 '이자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전업계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5.06%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금리와 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별 카드사로 보면 우리카드가 16.36%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신한(15.03%)·삼성(15.66%)·롯데(15.02%)·카드가 15%대로 나타났다. KB국민(14.55%)·현대(18.02%)·하나(14.10%)는 앞선 4개 카드사에 비해 낮은 14%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금리는 평균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했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작년 12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연 18.02%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평균 금리가 연 19.43%로 가장 높았으며 KB국민카드가 18.46%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현대카드(16.88%)를 제외하고는 삼성·하나카드(17.96%), 롯데카드(17.80%), 신한카드(17.70%) 등 모두 17%대의 높은 금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채 금리 하락에도 카드사들이 대출금리를 곧바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여전채는 금융 스프레드가 국고채나 회사채 대비 높은 상황이고 여전사들이 차환 발행을 해야 하는 부채 규모가 60조원 이상"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어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수익 마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대한 비용 부담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