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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3개중 1개 킥스 적용유예 신청…복잡해진 셈법

  • 2023.03.08(수) 15:13

지난달 보험사 19곳 경과조치 신청…업권 35% 수준
고령화 등 리스크 추가 반영…킥스 비율 악화 가능성

보험사 3곳중 1곳이 올해 새로 도입된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적용 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새 제도인 킥스 비율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회사별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부인하고 있지만 기존 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에서보다 새로 도입된 킥스 비율이 더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비즈워치

8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재보험사 포함) 총 19곳이 킥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보험사(생보사 22곳·손보사 33곳)중 34.5% 수준이다. 중견·소형 보험사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사도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보사는 '빅3'중 하나인 교보생명을 비롯해 흥국생명·푸본현대생명·KDB생명·ABL생명·IBK연금보험 등 12곳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생보사 22곳의 절반 수준이다. 금리변동에 민간한 장기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생보사 특성상 숫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관련기사 : IFRS17·킥스 도입…생보사, 수익 늘지만 건전성 악화(2022년 8월 2일)

손보사는 한화손보·NH농협손보·흥국화재·MG손보·롯데손보·악사(AXA)손보 및 재보험사인 스코르(SCOR) 등 7곳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신청 보험사의 예상 킥스 비율 등을 살펴본 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를 공개할 방침이다.

보험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지표는 올해부터 RBC 비율에서 킥스 비율로 변경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보험사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함께 바꾼 것이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생·손보 싸움 붙인 IFRS17…누구냐 넌(2022년 3월 1일)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는 이런 과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보험사들을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다.

RBC → K-ICS 어떻게 변하나 

RBC 비율은 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게 자본을 쌓아놨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는 뜻으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업법상으로는 100%를 넘겨야 한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이 조치는 자본 건전성 수준에 따라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 등을 부과하는 것이다. 부실 우려 금융기관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에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문제는 계산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에 내재된 리스크(요구자본)을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자본(가용자본)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달라진 킥스 비율에서는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에 장수·해지·대재해·자산집중위험 등을 신규 측정 리스크로 추가해 위험액을 반영하기로 했다.

보험사 상황에 따라 킥스 비율이 하향 조정되는 회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본 여력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경과조치 신청이 사실상 필수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측정 기준 강화에 따른 위험액 증가 등을 바로 인식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또 경과조치를 적용 받으면 킥스 비율이 100% 미만이라도 적기시정조치를 최대 5년 유예 할 수 있다. 단 RBC 비율이 100%를 상회한다는 조건이다.

반면 패널티도 부과된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배당이 제한되고, 경과조치 사실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 당국에 주기적으로 적정성 검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지주사 전환·IPO 선포한 교보생명도 포함

일부 회사는 전략적 조치도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선포한 교보생명의 경우 자본 효율성 관리가 더 절실해졌다. 대외적인 측면에서라도 당분간은 건전성 비율을 더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증권 상환이나 자회사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감독규정상 RBC 비율이 150%를 넘어야 한다"며 "생보사의 경우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 부채쪽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어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건전성 관리 시간을 벌게 된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경과조치 신청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킥스 비율 제도가 시행 초기인 점, 경과조치는 언제든 조기 중단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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