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신규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지난해 급격한 조달금리 상승으로 문을 닫았던 대부업체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전반적인 대부업계의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닌 만큼 저신용 차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업계 상위 5곳 모두 신용대출 재개
20일 대부금융업계에 따르면 러시앤캐시가 지난 1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영업을 다시 재개했다. 지난해 12월26일 신규 영업을 중단한 지 66일 만이다. 당시 자금조달 금리가 연 8% 넘게 상승하자 신규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 대출을 중단한 바로크레디트대부(바로바로론)도 이달부터 신규 영업을 시작했다. 앤알캐피탈대부도 이달부터 제한적으로 신규 영업을 다시 재개했다. 대부업체 상위 5곳(러시앤캐시·리드코프·바로크레디트대부·산화머니·앤알캐피탈대부) 중 산화머니(산화대부)를 제외한 4곳의 신용 대출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다.
최근 대부업체들이 대출 창구를 열 수 있었던 이유는 일부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업체들은 주로 저축은행, 캐피탈, 사모사채로 자금을 조달받는데 주 조달창구중 하나인 캐피탈사의 채권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6.088%(지난해 11월 10일)까지 치솟았던 캐피탈채(금융채II 3년 AA+ 기준) 금리가 3월초 4.433%(3월 2일)까지 떨어졌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지난해말 보다 조달금리가 조금 나아져서 대출을 재개하게 됐다"면서도 "지난해 대비 나아졌다는 것이지 상황이 좋아서 대대적으로 대출이 재개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달금리 여전히 10%
일부 상위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재개했지만 저신용자들의 대출절벽은 여전히 가파르다. 상위 대부업체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재개했다고 해서 전반적인 대부업계의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대출을 중단한 대형 회원사(25곳)중 15곳중 대부분은 아직 영업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형업체의 경우 대출이 계속 안 나가게 되면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에 회전을 위해 대출을 재개했을 수도 있다"며 "일부 업체들이 영업을 재개했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몇몇 우수업체를 제외하고 조달금리가 여전히 10%대"라며 "대부업체의 주 자금조달 창구는 저축은행인데,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등이 발생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점검에 들어가면서 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10%가 넘는 조달금리가 이어지면 신규 대출 확대가 어렵다는 의미다. 신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달금리 10%에 대손비용 8~10%를 더하면 이미 법정최고금리 20%가 넘어 버린다. 대손비용은 대손충당금 전입액과 대손준비금 전입액을 합한 비용을 말한다.
또 대부업체는 광고 제약이 있어 대부 중계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광고비용 약 3% 정도가 추가로 나간다. 인건비나 임대료 등의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도 법정 최고 금리 20%가 넘어버린 상태라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월까지 대부업체의 신규대출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대부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중 NICE신용평가 기준 상위 69곳의 지난 1월 신규대출 금액은 428억원으로 1년 전(3846억원)과 비교해 88.87% 감소했다.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낸다고 해도 서민들은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셈이다.
지난 1월 신규 대출 이용자는 6084명으로 전년(3만1065명)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신규대출 금액·이용자는 자금조달 금리가 급격히 높아진 지난해 10월부터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1년새 연체율 또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 25개사의 전체 연체율(신용·담보대출)은 지난해 1월 8.9%에서 올해 1월 11.8%로 2.9%포인트 증가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여전히 10%가 넘는 상태에서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정해져 있고 연체율 또한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차라리 신규대출이 안 나가는 게 이득인 상황이라 영업이 재개되어도 당분간 대부분의 업체가 취급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