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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곧 호황' 점점 커지는 부실채권 시장

  • 2023.05.11(목) 07:25

4대은행 1분기 대출채권 매·상각규모 7000억…2배 급증
대출채권 '정상화'에 투자하는 NPL투자업계 '웃음'

우리나라 경제의 암운이 짙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나고 있지만 나홀로 웃는 업계가 있다. 부실채권을 매입해 향후 수익을 기대하는 NPL투자전문 업권이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취급한 대출이 부실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회사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하는 규모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를 사들인 NPL투자전문 업권은 자연스럽게 영업반경이 넓어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불경기속 슬픈 '나홀로 호황'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부실 대출채권 내다 파는 은행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신한·KB·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1분기 매각 혹은 상각한 대출채권 규모는 7102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3904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량 치솟았다. 

통상 은행은 취급한 대출을 크게 세가지로 나눠 구분한다. 회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상여신', 연체가 되기 시작했으나 담보 등을 통해 회수가 가능한 '요주의여신', 그리고 담보없이 연체가 지속되는 '고정이하여신' 등이다. 

은행은 이중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여신은 NPL투자전문회사 등에 매각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채권의 전액을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격을 낮춰 팔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난 손실은 회계상 상각 처리해 손실로 취급한다.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상각 대출채권 규모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며 연체가 시작된 대출이 많아진 결과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발표되는 연체율에서도 알 수 있지만 대출채권이 본격적으로 부실화 하는 모습"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화된 대출채권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기에 고정이하여신중 일부를 매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홀로 '호황' 기대하는 NPL 업계

통상 은행은 부실화된 대출채권을 낮은 가격에 NPL투자회사에 넘겨 처리한다. 이를 넘겨 받은 NPL투자회사는 채권 회수를 위해 다양한 활동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기업대출 채권의 경우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가계대출의 경우 차주의 채무상황 등을 점검해 상환을 유도한다.

다만 사들인 모든 부실채권을 '정상화' 시킬 수는 없다. 이미 은행에서도 포기한 채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 최대한 많은 대출채권을 보유할수록 NPL 투자업계는 수익을 확대할 생긴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주요 금융기관들이 매각하는 대출채권의 규모가 늘어나면 NPL투자업계는 자연스럽게 순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NPL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수시점에 따라 순익이 늘어나는 시기는 다르겠지만 최대한 싼 가격에 많은 채권을 보유할수록 호황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라며 "특히 최근 정부가 다양한 채무조정 방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회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늘어난 가계대출 채권 매각

특히 금융권은 최근 은행들이 매각하는 대출채권중 가계 대출채권이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가계는 은행이 거래하는 경제주체중 가장 빚을 잘 갚아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연체율 등이 급증하며 은행도 감당 못하는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1분기 4대 은행에서 매각 혹은 상각된 대출채권중 약 3000억원 규모는 가계대출 채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각 혹은 상각된 가계 대출 채권의 규모가 100억원을 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계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계대출 채권의 경우 NPL투자회사로 넘어간 이후에도 정상화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경우 1차 NPL투자회사는 이를 다른 회사에 다시 매각한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에게는 우편 등으로 채권자에 대한 정보 변경이 지속적으로 통지되면서 채무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채권자가 수시로 변경될 경우 과잉 추심 가능성도 점점 높아질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채무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좀 더 촘촘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발의된 법안에는 개인금융채권이 매각된 이후 이자 부과 금지, 소멸시효 완성 통지 의무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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