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갈아타기가 획기적으로 쉬워진다. 현재 쓰고 있는 대출보다 더 나은 조건의 다른 금융사 대출상품을 휴대전화로 찾아 바꿀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가 오는 31일 열려서다. 금융당국은 "적어도 이틀(2영업일) 걸리던 갈아타기가 15분이면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금융사 간 '머니무브'가 시작될 수 있는 판이 벌어진 것이다. 플랫폼 업체와 금융사는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거나 입점 금융사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일부 2금융권에서는 우량차주를 1금융권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가 금리 더 낮네?"…원스톱 대환대출
금융위원회는 오는 31일부터 영업점 방문 없이도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사에서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 정보를 휴대폰에서 비대면으로 조회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환할 수 있다고 30일 밝혔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바일 앱으로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비교 플랫폼은 △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KB국민카드 △웰컴저축은행 등이 있다.
플랫폼과 금융사 앱에서 기존 대출 조회가 가능한 금융사는 총 53곳이다. 은행권에선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19곳이 참여한다. 저축은행권에선 SBI와 OK, 웰컴, 애큐온, 다올 등 18곳, 카드사 7곳, 캐피탈사 9곳도 대환대출 플랫폼 제휴 업체다.
대상은 53개 금융사에서 받은 10억원 이하 직장인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 보증과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다. 다만 연체가 있거나 분쟁 중인 대출, 압류 및 정지 상태인 거래는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없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경우 플랫폼에서는 오는 7월1일부터 조회 및 대환대출이 가능하다.
서비스 이용 시간은 은행 영업시간인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이용 횟수는 제한이 없지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대출은 실행 후 6개월이 지나야 다시 다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고령자 등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금융사 영업점에서 대출 갈아타기를 신청해도 종전보다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만들어지면서 대환대출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2영업일'에서 '15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금융사당 연간 대환대출을 해줄 수 있는 한도를 일단 연간 은행은 최대 4000억원,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3000억원과 500억원, 카드사의 경우 전년도 신규매출의 10%로 제한했다.
이는 대출이 급격히 쏠려 일부 금융사가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사 간 과도한 자금 이동 우려에 대해 "이동 규모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시범운영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 취급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들의 이용규모가 훨씬 큰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서비스는 연말께 열릴 전망이다. 신 국장은 "신용대출 대환대출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갖춘 인프라와 운영 기간에 쌓을 경험으로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도 연말 개시를 목표로 준비하겠다"면서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시간에 원스톱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핀테크도 금융권도…달아오르는 대환 경쟁
플랫폼 앱에서는 기존 대출을 확인하고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한 후 선택한 금융회사 앱으로 이동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소득, 직장, 자산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금융 자산과 부채를 통합해 확인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야 가능하다.
핀테크 업체들은 이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과 SC제일·부산 등 1금융권 최다인 7개 사가 입점한 것을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 사전 신청을 받아 대환 이용자의 이자 부담을 추가로 덜어주는 '이자 지원 포인트 티켓'을 내놨다. 토스는 지난 10일부터 대출 갈아타기 사전 신청을 받았다.
중소 핀테크 기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뱅크샐러드는 '최저 금리 보장제'를 내걸었다. 이용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대출을 갈아타면 추가 대출 지원금을 지급해 사실상 최저 금리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 대출 서비스 기업인 핀다 또한 하루 평균 4000여명의 이용자가 대출 갈아타기 사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핀테크 업체들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직접 대환대출 시장 선점 경쟁에 참여한다. KB국민카드는 다른 금융사 대출을 KB국민카드 대출로 이동할 수 있는 'KB국민 이지 대환대출'을 출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31일부터 이용 가능한 이 대출은 KB국민카드 회원이 아니라도 받을 수 있다. KB 페이(Pay) 앱과 전용 상담센터, 네이버페이에서 신청 가능하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와 핀테크업체들이 이번 대환대출 참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당장 수수료 수익을 남기겠다는 것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신규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크다"며 "이번 기회로 금융소비자들이 플랫폼의 다양한 편의성을 알게 된다면 향후 전세 대출 등 다른 서비스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있던 우량 차주도…불안한 2금융권
다만 2금융권에서는 우량 차주를 1금융권에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2금융권은 저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1금융권과 금리 경쟁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참여도도 은행권보다 저조하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예정 업체는 18곳으로, 23% 수준이다. 카드업계 또한 금융소비자의 이탈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대환대출을 이용한 이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들은 대부분이 다중채무자이기도 하고 신용점수가 높지 않기도 해서 1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차주들이 많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우량 차주를 뺏길 가능성이 커져 불리해진 것은 맞기 때문에 2금융권사들도 금리 인하 등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또한 "한 금융회사가 유치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제어되는 반면 한 금융회사에서 빠져나가는 신용대출은 제어장치가 없다"며 "특정 기관에서의 대규모 신용대출 유출이 나타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